첨단산업및 기간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데 비해 이른바
"사양산업"으로 인정되던 직물 시계 볼펜 양식기 등 풀뿌리산업들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공장가동률이 낮아져 고전하던 업체들이 환율상승 덕분에 수출주문이
밀려오자 잠자던 기계의 먼지를 털어내기에 바쁘다.

한계산업으로 불리던 이들이 수출시장에서 점유율을 다시 넓혀갈 전망이다.

내수시장에서도 "IMF"이후 저가품을 선호하면서 한계품목의 수요가
되살아나는 추세다.

[ 염색 ]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반월공단의 세화섬유는 올들어 수출오더가 2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문규모가 1만야드 단위였으나 최근들어선 2만~3만야드
단위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세계최대 섬유시장인 미국의 경기호황으로 주문이 늘고 있는데다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도 급속도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염색업체들의 경기는 내수와 수출업체간에 명암이 엇갈려 내수전문업체는
큰 어려움을 겪는 반면 수출업체는 큰폭으로 오더가 늘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 의류 ]

피혁의류를 생산하는 진도계열 의류업체들은 올들어 2월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만달러 증가한 4백30만달러의 물량을 수출했다.

올해 의류수출은 3천5백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천만달러 늘어날 전망이다.

스웨터 전문 수출업체인 해양섬유 역시 올들어 2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한 2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 회사 김동길 상무는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올해에는
미국시장까지 진출키로 했다"며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1천6백만달러)보다
68.8% 증가한 2천7백만달러로 잡았다"고 말했다.

속옷 전문업체인 태창 역시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9백만달러 증가한
3천만달러로 잡고 있다.

태창은 40%에 머물던 수출비중을 올해엔 60%로 높여 내수부진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 직물 ]

대구지역 업체인 성안은 요즘 외주업체를 구하느라 분주하다.

폴리에스터 원단을 전량 수출하는 이 회사는 2월중순부터 IMF관리체제이전
수준으로 주문이 회복돼 물량이 월 1천2백만야드에 이르고 있다.

3곳의 자체 가공소로는 물량을 맞추기가 부족, 외주임가공업체를 찾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지난해말에 비해 수출주문이 30~40%
증가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같은 업종의 대광도 IMF직후 월 6백만달러에 그치던 수출이 지난달
중순부터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이달에는 월 1천2백만달러정도를
수출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수기에 접어든 홍콩과 중국을 비롯 겨울이 성수기인 중동지역에서 꾸준히
주문이 오고 있기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 양식기 ]

세신은 경남 양산공장을 풀가동하고도 모자라는 외주물량이 지난해말이후
20%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수출이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박공배 영업부장은 "작년에는 1~2개월치 오더를 받고 주문생산을
해왔으나 환율이 급등, 가격경쟁력을 회복한 IMF체제 이후부터 5개월치
오더까지 밀려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말 부도처리된 셰프라인금속도 부도후유증에서 벗어나 이달들어
지난해의 2배수준인 수출오더를 받았다.

7월에 납품할 양식기까지 주문받은 이 회사는 올해 지난해보다 1백% 증가한
3천만달러를 수출할 계획이다.

물론 양식기 수출 전선에 장밋빛 전망만이 깔린 것은 아니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올들어서는 선급금까지 줘야 원자재를 구할수 있어
자금압박이 심한 상황이다.

셰프라인의 정주석 이사는 "중국세에 밀리다가 4년정도만에 되찾은 양식기
수출의 호기를 금융중개기능 마비때문에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시계 ]

로만손 김기문 사장은 현재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다.

이곳 바이어들과 상담이 끝나면 미국에 들를 예정이다.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김사장은 한달의 절반은 해외에서 보낸다.

이 회사의 수출은 1월에는 67만달러로 주춤했지만 2월엔 1백20만달러로
회복됐다.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20% 많은 2천2백만달러를 목표로 잡고 있다.

그는 시계수출이 활기를 띠는 것은 환율상승뿐 아니라 우리 시계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진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동산업 김종수 사장도 바이어들을 만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지낸다.

올들어 지난 2월말까지 수출은 2백50만달러.

올해 전체로는 2천3백만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 볼펜 ]

국내 문구시장이 크게 위축됐는데도 모나미 송하경 사장은 여유가 있다.

중성펜을 중심으로 필기구 수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송사장은 지난 2월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문구박람회에서 이미 1천만달러
가까운 수출주문을 확보해놓았다.

월마트 등 미국의 대형 할인판매점들과도 수출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올해 1천만달러는 무난할 전망이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의 자유무역지대 두바이에 상반기중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수출목표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4천만달러로 잡고 있다.

< 김낙훈.오광진.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