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국내 현지법인인 (주)마이크로소프트
(한국MS)가 대대적인 시장공략에 나서서다.

특히 한국MS가 워드 1만개를 무료 배포키로 해 혼탁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워드전쟁"은 한국MS가 포문을 열었다.

이 회사는 오는 17일부터 "MS워드97"에 대한 TV광고를 처음으로
시작한다.

또 전국 60여개 대학을 돌며 홍보에 나서 "MS워드97"시험판 1만개를
무료 배포키로 했다.

한국MS측의 이같은 공세는 다분히 한글과컴퓨터(한컴)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MS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워드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나 유독 국내에서만
한컴의 "아래아한글"에 밀려 2위로 처졌다.

본사의 막강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IMF(국제통화기금)로 어려움에
국내기업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야욕도 엿보인다는게 업계의
추측이다.

한컴은 한국MS의 시장전략이 "물량공세를 통한 독점체제 구축"으로
규정짖고 기업의 사활을 걸고 대응할 태세이다.

그동안 "한컴오피스97" "한컴홈97"등에 포함시켜 패키지로 팔던 방식
에서 벗어나 워드만 따로 파는 단품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아래아한글"이 MS제품의 강점인 엑셀프로그램(표계산프로그램)의
데이터를 불러올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워드로 "훈민정음"을 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고유영역인 기업시장
수성을 위해 한국MS의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한국MS의 공세에 대한 국내업체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세에 대응할만한 자본력이 부족한데다 MS측이 PC제조업체들에게 번들로
공급하는 워드 가격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MS측의 물량 공세로 국내 워드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한우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