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가까운 시일안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외국인도
추위를 타고 있다.

매도를 늘리고 있는 반면 매수는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외국인이 지난해 10월처럼
썰물처럼 빠져 나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자딘플레밍증권 관계자는 "매수세를 자극할 만한 새로운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무디스가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외국인이
시장참여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로 기업부도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가는 많이 오른 반면 보유비중을 늘린 블루칩 이외에 투자유망종목이
마땅치 않은 대목도 외국인을 관망세로 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매도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홍콩계를 중심으로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고, 선물과 연계한 프로그램
청산 매물도 꾸준하다.

한국통신이 상반기에 상장될 경우 지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는 한전에
대해서도 매물을 늘리고 있다.

동남아 통화불안과 여소야대 대치정국도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시키고
있다.

ABN암로증권의 송동근 이사는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꾸준히
매도하고 있으나 주가와 환율변동에 따라 소폭의 순매수와 순매도가
되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무디스가 홍콩 중국 동남아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데 이어
또다시 한국의 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 외국인은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주식시장이 급락세로 돌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