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 몰아닥친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아시아성장의 모델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던 한국과 일본이 왜 이같은
금융붕괴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려야 했는가.

관주도의 호송선단식 행정, 관료와 재계의 유착, 고도성장에 따른 환상...

두나라간에 너무도 흡사한 사회경제시스템의 부식이 결국 금융위기를
맞게된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IMF관리체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일본은 불량채권으로 인한 금융기관도태를 어떤식으로 처방해야 하는가.

아시아나라들의 통화위기해소를 위한 일본의 바람직한 역할과 한.일간
협력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의 주간 다이아몬드지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계저명인사를 초청, 최근
일본 게이단렌 회관에서 "한.일금융위기"라는 타이틀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의 주요발표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정리=김정식 도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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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영 < 중앙대 국제대학원장 >

<>약력 : 미 오하이오 주립대 박사,
교토대객원교수, 한국국제
경제학회회장

한국은 그동안 고도성장의 환상속에 빠져있었다.

IMF관리체제로 성장엔진을 교체하는 데 훨씬 유리해졌다.

한국의 경우 노동조합의 반발, 정부와 기업간 유착등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많았다.

IMF구제금융을 계기로 외부로부터의 개혁이 가능해졌다.

이미 노조가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를 받아들이고 기업은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과감한 개혁으로 기존의 틀을 빠른 시일안에 바꿀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버블이 붕괴된 92년이후부터 헤이세이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정부는 점진적 개혁만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지난날의 압축성장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압축개혁으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수 있을 것이다.

올해 한국경제는 비관적이다.

성장의 원동력인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회오리 앞에 놓여있다.

중장기계획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신용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다.

IMF의 초긴축 고금리처방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IMF요구에 따라 아시아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통화를 평가절하, 미국시장으로
몰려들 경우 또다른 무역분쟁이 일어날수 있다.

이같은 사태를 막을수 있는 곳은 일본뿐이다.

일본이 보다 더 과감하게 내수진작책을 마련, 실시해야 한다.

감세규모를 늘리고 항구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내수확대를 통해 아시아국가들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면 아시아위기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의 재할인율 0.5%라는 초저금리정책도 재고돼야 한다.

제3국을 거쳐 들어온 것까지 합할 경우 일본에 대한 한국의 채무는
8백억달러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이 단기외채에 의존하게된데는 일본의 초저금리가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태국사태후 단기자금선 가운데 일본이 가장 먼저
빠져나갔다.

물론 국제결제은행(BIS)기준을 맞추기 위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일본이 빠져나가니까 스테피드(얼룩말) 효과가
일어났다.

초원에서 얼룩말 한마리가 뛰니까 모두 덩달아 뛰는 것처럼 일본에 이어
여러나라의 돈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것이다.

멕시코 외환위기때 미국행정부가 IMF보다 먼저 구제금융지원결정을 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세계최대채권국인 일본의 능력은 한마디로 대단하다.

아시아국가의 성장다이내미즘을 위해 지역간은 물론 근접한 나라간
협조체제구축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경제성장과 일본에도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