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인기브랜드를 되살려 국제통화기금(IMF)의 파고를 뛰어 넘는다."

화장품 시장에 전에없이 많은 리뉴얼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리뉴얼제품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전에 유행했던 브랜드를 재단장한
제품.

고가품시장은 기능성제품으로 공략하고 중저가시장은 리뉴얼제품으로
나누어 커버한다는 전략아래 화장품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브랜드를 재단장
하고있는 것이다.

브랜드 리뉴얼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태평양과 LG생활건강.

태평양은 지난해 이미 라네즈브랜드의 기초제품과 베이스 메이크업제품을
새롭게 단장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1월 90년대초 "산소같은 여자"라는 컨셉트로 인기를
끌었던 마몽드를 리뉴얼한데 이어 남성화장품 미래파와 라네즈브랜드의
포인트메이크업 제품을 새롭게 단장했다.

중저가는 마몽드, 중고가는 라네즈, 고가는 아이오페로 세분화하는
저인망식 판매에 나선다는게 태평양의 전략.

마몽드의 올해 판매목표는 8백억원, 미래파는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2백억원이다.

LG생활건강은 아르드포와 드봉 이지업 등을 리뉴얼했다.

지난 89년 첫선을 보일때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를 모델로 기용해
눈길을 끌었던 아르드포는 91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리뉴얼이다.

LG는 리뉴얼을 통해 이지업을 연간매출 1천억원대의 대형브랜드로
육성키로 했다.

아르드포 리뉴얼제품의 올해 판매목표는 1백억원으로 잡고있다.

나드리 한불 피어리스 쥬리아 등도 기존 브랜드의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다.

나드리는 지난 93년 "신귀족주의"라는 컨셉트로 출시, 지금까지 3천만개
판매기록을 세운 이노센스를 오는 3월 리뉴얼할 계획.

대상은 기초 8개품목과 색조 20여개품목이며 가격대는 1만~1만5천원대로
잡고있다.

나드리는 이노센스로 1백2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있다.

한불화장품은 지난93년 첫선을 보인 신세대 브랜드 두앤비(Do&Be)를 오는
3월말 재단장해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중저가 브랜드의 중요성이 높아진데다 두앤비가
타깃연령층에서 아직도 호평을 받고있다는 판단에 따라 리뉴얼하기로
결정했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런칭품목은 기초 3개품목과 색조 5개품목이며 타깃은 화장을 처음 시작하는
20대 초반으로 잡고있다.

피어리스는 90년대 초.중반 인기를 끌었던 아르보아 브랜드를 리뉴얼한
아르보아 UV화이트를 출시했다.

제품은 에센스스킨, 하이드로 에멀전, 바이탈 토너, 바이탈세럼, 하이드로
크림 등 5가지.

피어리스는 현재의 주력브랜드인 드방세도 5, 6월께 리뉴얼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브랜드리뉴얼은 통상 기존 제품에 새로운 성분을 추가, 기능을 강화하고
용기를 단순한 디자인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로는 모델까지 리뉴얼하기도 한다.

태평양 미래파의 경우 에센스효능 성분을 첨가해 기능성을 대폭 보강했으며
LG생활건강의 아르드포 리뉴얼제품에는 천연고분자 보습성분인 트레할로스와
키토산 유도체가 추가됐다.

화장품업체들이 기존 인기브랜드의 리뉴얼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신규브랜드 출시에 따르는 리스크와 자금부담을 덜기위한 것이다.

브랜드를 리뉴얼하면 우선 초기 런칭비용을 줄일 수있다.

신규브랜드를 내놓을 때는 브랜드컨셉트설정 네이밍 용기 패키지디자인
타깃설정 등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한다.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들고 리스크도 크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면 이중 상당부분을 생략할 수있다.

리뉴얼제품이 기존제품과 어떻게 다른가만 집중적으로 알리면된다.

또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안고들어가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적다.

화장품업체들이 리뉴얼을 확대하는 두번째 이유는 브랜드의 롱런화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최대 약점중 하나로 손꼽히는게 브랜드의 수명이
짧다는 점.

국내업체들은 그동안 신규수요창출이나 가격인상의 수단으로 기존
브랜드를 방치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졌다.

리뉴얼하면 이같은 취약점을 보완해 해당브랜드를 장수브랜드로 육성할
수있다.

IMF한파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진 점을 감안, 가격인상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고 브랜드 롱런을 위해 각업체들이 브랜드 리뉴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 이희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