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문계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자격증을 무려 6개나 취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관악고 졸업생 손성호(19)군.

손군은 중학교 2학년때 정보처리기능사 2급 자격증을 딴 것을 시작으로
고교 2학년때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또 고교 3학년때인 지난해 전자계산기 기능사 2급, 무선설비기능사 2급,
전자기기기능사 2급 등 자격증 3개을 딴데 이어 현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2급 자격증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다음달 실기시험을 준비중이나 무난히
합격할 것으로 보인다.

손군은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3학년때 직업반을 지원, 서울직업학교 전자계산기과에서 위탁교육을 받았다.

손군은 여기서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컴퓨터관련 계통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발견한 손군은 막바로 취업을 하기보다
전문대에 진학해 상위 단계의 자격증을 딸 계획을 가졌다.

그러나 손군은 전문대 진학에 실패했다.

수능에서 2백22.6점을 획득했지만 인문계 직업반 학생의 경우 고교
1,2학년때의 성적을 기준으로 내신을 산정하기 때문에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없었다.

또 자격증 취득자를 선발하는 전문대 특별전형에도 공고생들보다 내신에
밀려 원서조차 내지 못했다.

손군은 올해 수능시험 준비를 열심히 해 불리한 내신을 만회한뒤 전문대에
진학해 전문대졸업자 이상만이 도전할 수 있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이지만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고민이다.

홀어머니가 가방만드는 일을 하청받아 근근히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여동생(영신고 2)의 학비와 자신의 학원비를 대기에는 너무나 벅차기
때문이다.

손군을 담임한 이금준 교사는 "손군은 집안이 어려워 고등학교도 외부
장학금으로 마쳤다. 뒤늦게 자신의 소질을 발견한 손군이 고급기술인력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후원 독지가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군은 이제 관악고의 자랑이 되었다.

이봉현 교장선생님도 가는 곳마다 손군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다닌다.

공부는 못하지만 다른 길을 성실히 걷고 있는 그를 명문대 진학자
몇명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손군은 장래포부에 대해 "컴퓨터계통의 전문가가 돼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은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