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우리는 이제 철저히 시장경제와 개방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경쟁력 향상과 지속적인
외화유입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아래 나온 바람직한 경제정책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원래 시장경제와 개방체제는 자율과 경쟁이 그 핵심이다.

각 경제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할수 있도록 해야 하며, 누구의
보호도 받지 않고 서로간에 심한 경쟁을 유도해야 하며, 이를 이겨내지 못한
주체는 시장에서 탈락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시장을 잘 감시해야 하며,
시장 참가자들이 안심하고 경제행위를 할수 있도록 기관에 대한 감독을
충실히 해야 한다.

한편으로 자율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감시-감독을 행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성공적인 운동경기를 위해서는 심판이 게임을 진행시킴과
동시에 선수들의 룰 준수여부를 잘 가려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
되어야 한다.

국내 금융부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의 관치금융을 벗어나 자율시대로, 그리고 금융개방과 더불어
경쟁시대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이 시점에서 금융에 대한 감시-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는 커녕 또다른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다음의 두가지가 강조되어야 한다.

첫째는 금융시장에 대한 철저한 감시감독이다.

즉 시장에서 가격이 공정하게 형성되고 있는지, 내부거래 등으로 시장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지는 않는지 그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핫머니 유입의 부작용도 사전에 분석하여 대비해야 한다.

핫머니 유입이 우선은 주가상승에 플러스 효과가 있으나, 멀지않아 반작용
이 훨씬 더 커질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감독기구의 금융기관에 대한 철저한 건전성 감독이다.

금융기관이 건전해야만 투자자들이 신뢰하고 돈을 맡길수 있고, 특히
해외로부터의 차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과도한 부실대출을 하고 있는지, 파생상품 등의 거래로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감독기구가 감독을 제대로 행하였다면 이번의 통화위기로
인한 IMF 신탁통치는 피할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MIT의 폴 크루그먼 교수도 최근 그의 논문에서 "아시아의 통화위기는
금융기관에 대한 허술한 규제와 정부의 과잉보호에 그 궁극적인 원인이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이 철저히 행해졌었다면 금융기관도 대출과
해당기업에 대한 사전및 사후심사를 훨씬 강화시켰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과다차입에 의한 재벌들의 부도도 막을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은 중요한 문제이다.

이같은 감독이 지금까지 허술했던 것은 궁극적으로는 관치금융과 정경유착
때문이라고 볼수있다.

그러나 1차적으로는 감독기구의 안이한 자세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이와같은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빈틈없는 감독을 하기 위하여는 우선
역시 두가지 점이 행해져야 한다.

첫째는 효율적인 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위해 오는 4월부터 금감위를 신설하고, 통합적인
금융감독원을 내년중 발족키로 하는 내용의 법이 지난해말 통과되었었다.

둘째는 시장경제와 개방체제에 적합한 사고와 능력을 가진 인물을 등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개혁된 제도라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적합지 못하면 소기의 효과
를 기대할 수가 없다.

이번의 금융위기도 제도의 허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오히려
인재에 가까울 만큼 정책관련 당사자들의 무사안일한 사고와 행동의
결과라고 보고 싶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96년말 OECD에 가입하기 훨씬 이전부터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확보 등을 입이 닳도록 외쳤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발생직후의 시점에서 보면 정책및 감독 관련자들의 실천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와같이 안이한 자세로 임기응변만 해온 관치금융시대의 인물들은 이젠
마땅히 교체되어야 한다.

시장경제와 개방체제하에서는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거시적(macro) 사고보다는 빈틈없이 챙기는 미시적(micro) 사고를 하는
사람이 더 중요시돼야 한다.

물론 외국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

새 인물로 바꾸면 정책의 일관성유지가 어려워 불안해진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변화는 오히려 안정을 가져 올수 있다.

50년만의 정권교체가 현재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금융위기를 하루속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 인물을 찾아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