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18일자) 앞당긴 유상증자 자유화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 오는 20일부터 상장사의 유상증자를 완전히 자유화한다는
    재정경제원과 증권감독원의 결정은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부터는 주가가 액면가이상인 상장사는 배당 증자비율 등에 관계없이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사가 액면가 미만으로 증자를 하려면 상법 417조의 규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고 주총에서 출석주식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 특별결의를 하되 찬성주식수가 총발행주식의 3분의1 이상이어야 만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상장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려면 주당 배당금이 4백원 이상이어야
    하고, 증자횟수는 1년에 1회, 규모는 자기자본의 50%이내 또는 1천억원
    미만이어야 하며, 5대그룹의 경우 싯가총액의 40%미만 및 그룹계열사의 총
    유상증자액이 5천억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규제를 충족시켜야만
    가능했다.

    물론 증권당국이 유상증자에 대해 이처럼 까다로운 규제를 해온 것은
    나름대로 근거가 없지 않다.

    즉 무분별한 증자를 막아 증시의 물량부담을 덜어주고,대기업그룹이
    증자물량을 독식하는 것을 막는다는 등의 이유가 그것이다.

    그동안 증시가 활황일 때에는 너도나도 증자를 해서 모처럼 오름세를
    탄 주가를 꺾어놓기 일쑤였고 반대로 증시가 침체에 빠져 있을 때에는
    막상 유상증자를 하려 해도 대량의 실권주만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IMF사태이후 더이상 과거와 같은 규제위주의 사고방식을
    고집할 명분이 없다.

    무엇보다도 시중금리가 연 25% 안팎을 오르내리는 마당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셈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동일인
    또는 종목당 투자한도를 크게 확대하는 등 자본시장을 거의 완전히 개방한
    증시정책과도 일치한다.

    증시개방의 확대로 국내증시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싯가기준으로
    17%를 넘을 정도로 커진 지금이야말로 유상증자를 통해 외자조달을 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처럼 주가가 바닥세이고 증시가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당분간은 유상증자를 추진해도 얼마나 성공할지 의문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난 1월 25일 현재 17개의 금융기관이 모두 4조5천6백43억원의
    유무상증자계획을 공시해 앞으로 물량압박이 우려되며 대부분 액면가
    발행이어서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유상증자규모나 성공여부는 증시에 맡겨야 하며
    더이상 증권당국에서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조치의 배경도 직접금융을 말그대로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이해해야 한다.

    만일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리고 강화된 소수주주권을
    의식해 경영개선에 힘쓰고 그 결과 기업경쟁력이 강화된다면 증자성공에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있는 일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CEO의 치트키, 신뢰

      조직을 이끌다 보면 숫자와 전략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돌아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상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조직 안에 흐르는 분위기와 서로를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 그런 상태는 시간이 지나며 신뢰를 쌓는 바탕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신뢰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약속을 지키는 일, 말과 행동의 일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선택 같은 사소한 행동이 쌓이며 형성된다. 하지만 신뢰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한 번 금이 가면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관계의 소모도 뒤따른다. 그래서 신뢰는 평소에는 가볍게 여겨지지만, 잃고 나서야 그 무게를 실감하게 되는 자산이다. 비즈니스에서 신뢰는 두 가지 층위로 작동한다. 계약과 규칙, 시스템에 기반한 ‘거래적 신뢰’가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쌓이는 ‘관계적 신뢰’가 있다. 전자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후자는 위기 속에서도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블록체인의 사슬 구조가 쉽게 끊어지지 않듯, 조직의 신뢰 역시 작은 약속들이 연결되며 축적된다.신뢰가 쌓이면 조직의 속도와 성과는 함께 높아진다. 설명과 검증에 드는 비용이 줄고, 의사결정과 실행 과정에서의 마찰이 감소한다. 이런 순간, 신뢰는 조직 운영의 ‘치트키’처럼 작동한다. 조직 안의 신뢰는 리더의 말과 결정뿐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태도와 선택에 의해 유지되거나 흔들린다. 이 흐름은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고객과 투자자,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로 확장된다.이 지점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리더의 역

    2. 2

      [이슈프리즘]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될 해외 자원개발

      우리나라가 해외 자원 개발에서 처음으로 큰 성과를 낸 것은 1984년 참여한 예멘의 마리브유전 사업에서였다.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정부는 국경 밖에서 해법을 찾았다. 석유공사를 축으로 SK, 현대종합상사, 삼환이 손잡고 이 사업 지분 24.5%를 확보했다. 이듬해 원유 생산이 시작됐고, 1987년부터 마리브산 원유가 국내로 들어왔다. 투자금액의 세 배가 넘는 수익이 돌아왔다.1998년 시작한 베트남 15-1광구 개발도 상징적 사건이다. 순수 국내 기술진이 직접 원유를 발견한 첫 사례다. 해외 자원 개발이 단순한 투자 사업이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의 연장선이란 인식이 자리잡았다. 성공만 한 건 아니다. 1990년 뛰어든 리비아 NC 170~172광구 사업은 대규모 손실을 보고 철수했다.에너지 확보가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되면서 정부는 1978년 해외자원개발촉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1982년엔 자원의 범위를 석유, 가스뿐 아니라 광물, 농축산물, 수산물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이후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탔다.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광물자원 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나섰다가 상당수 사업이 실패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엔 투자 부실이 커졌다. 박근혜 정부에선 투자 실패에 따른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해외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민간 중심 전략을 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상황이 더 급변했다. 자원 개발 자체가 ‘적폐’로 낙인찍혀 사실상 정책 무대에서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는 재개 의지를 밝혔지만 이미 관련

    3. 3

      [천자칼럼] AI, 구세주인가 종말적 파괴자인가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수장 마크 앤드리슨은 대표적인 인공지능(AI) 낙관론자다. 그는 AI가 인간을 신의 영역으로 이끌 구세주라고 칭한다. 인류의 IQ를 500, 1000으로 확장해 난제를 해결하고 생산성 극대화로 진정한 ‘풍요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한다. 실업의 공포에 대해서도 AI가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앤드리슨에게는 AI 발전을 멈추는 것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 행위다.설립 21개월 만에 유니콘기업에 등극한 퍼플렉시티의 창업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AI에 ‘인류 해방자’ 타이틀을 붙여 줬다. 부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호기심이며, AI는 인간을 권태와 무료함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골드만삭스, 맥킨지 등 세계적 금융·컨설팅 기업도 AI가 세계 경제에 미칠 장밋빛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오픈AI의 챗GPT 출시로 촉발된 생성형 AI의 대중화 원년인 2023년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최근엔 그 기류가 확 바뀌었다. AI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둠스데이 형’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엊그제 미국 월가 한 시장분석업체의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가 메가톤급 파장을 낳았다.AI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AI가 너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바람에 경제의 파국을 초래한다는 게 요지다. 대규모 화이트칼라 감원으로 기업은 역대급 이익을 올리고, 국내총생산(GDP)도 뛰어오르지만 그 부는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극소수 정보기술(IT) 자산가에게 집중되는 ‘유령 GDP’일 뿐이다. 여기에 각 기업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