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을 매우 좋아한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하는 것 또한 즐기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바로 테니스다.

테니스는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량을 가질 수 있어 바쁜 일과에 쫓기는
나에게는 아주 적절한 운동이다.

또한 간편하게 라켓하나만으로 준비가 끝나는 경제적인 점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현대 재임시에는 매주 수요일 퇴근 후 도곡동에 있는 현대 체육관에서
테니스를 했다.

밤늦게 모든 일정을 끝내고 난 후 다른 사람들은 지쳐서 귀가해야 할 바로
그 순간부터 라켓을 들었다.

새 아침을 맞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옷을 갈아입었다.

토요일은 오후4시께부터 시작했는데 이렇게 해서 매주 두번 정도는
테니스를 즐겼다.

빈번히 있었던 외국출장의 경우 숙소로 가지 않고 곧바로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운동을 하면 현지시간에 적응하는 습관을 기른 것이다.

나는 라켓을 한번 잡으면 대강 쉬어가며 한시간 정도 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과 몇 시간이고 치열한 싸움을 할 정도다.

정치인이 되자 가장 큰 문제가 몸 관리였다.

테니스 칠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국회의원 테니스 동우회에도 참여하지만 서로가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개별적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 평소 꾸준하게 모이는 모임이 20여명으로 구성된 "동인회"이다.

이름을 "동인회"라고 한 이유는 유별나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순수한 테니스 동호인 모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이름에 맞게 실제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일반에
알려진 사람이라고 해봤자 나와 이경재 의원 둘뿐이다.

회장은 내가 맡고 있으며 유니코 산업 김진성 사장이 총무를 맡고 있다.

영풍초등교 김영완 교장, 감사원 노승대 총무과장, 조달청 김진원 국장,
한전 윤종근 부장, 동화은행 이우식 차장, 금정상호신용금고 정재호 부회장,
임내현 김천지청장 등 교수 교장선생님 기업간부 은행원 공무원 등 각계
각층의 사람이 모였고 나이도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매주 일요일 오후마다 지정 코트에서 몸과 마음을 닦는다.

운동을 마친 후 모두가 모여 간단히 곁들이는 생맥주와 격의없이 오가는
세상 사는 얘기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중 하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