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우리나라 서해안의 간석지가 매립과
간척사업으로 지난 20년간 72%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환경부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강화도시민연대 공동주최로 강화도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자연포럼"에서 서울대 유근배 교수
(지리학과)는 경기와 인천, 충남, 전남북 등 서해안의 간석지 면적이 70년
27만4천5백3ha에서 90년 7만5천9백42ha로 무려 72.3%(19만8천5백58ha)나
격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염생습지를 다시 복원해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는데도 강화도 남부와 영종도 갯벌지역, 남양만, 아산만, 천수만 등
대부분의 서해안 습지가 방치되거나 개발위협을 받는 등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유교수는 말했다.

유교수는 지난 62년에 제정된 공유수면매립에 관한 법률이 습지매립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면서 주로 건설교통부 농림수산부, 농어촌진흥공사 등
중앙부처주도로 무분별하게 습지매립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면 규제수단은 환경영향평가협의밖에 없는데다 그나마 환경영향평가
역시 "의무사항"이 아닌 "양해사항"에 불과하다고 유교수는 강조했다.

유교수는 우리나라 서해안 습지가 유럽의 북해 연안, 미국의 남동부
연안과 함께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서식어류가 2백30종,
게류 1백93종, 새우류 74종, 패류 58종에 달하고 각종 갑각류와 조개류,
갯지렁이류가 다량서식하는 천혜의 자원보고라고 밝혔다.

유교수는 또 세계자연기금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서해안 습지는 습지
5개기능 가운데 <>독특한 지형 및 서식처 보유기능 <>사회.경제적 가치
기능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서식지 기능 <>생물의 산란지로서의 기능
등 4가지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와 대암산 고층습원만이 자연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있을뿐 서해안 습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습지가 방치돼 있거나
각종 개발 위협에 처해 있어 보호가 시급하다고 유교수는 거듭 강조했다.

유교수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서해안 해수면이 올라가는데도 서해안
간석지를 계속 매립하면 지금까지 주로 동해로 빠져 나가던 태풍이 서해로
밀어 닥쳐 새만금호나 김포매립지 서산매립지 등에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대형재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