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말 노동법파동과 같은 전국적인 총파업이 재개될 것인가.

민주노총이 정리해고제 입법화에 반발, 노사정위원회 재협상을 요구하며
13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업수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안을 거부한뒤 파업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단병호 금속노련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지도부를 재정비한뒤
노.사.정합의를 무효화한다는 전략아래 총파업에 돌입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따라 과거 노동운동을 주도해온 울산 마산 창원의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 60여개사업장이 잇따라 파업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총파업돌입 하루를 앞두고 파업강행여부를 놓고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

우선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노.사.정합의가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를 살리자는 국민적 공감대아래
도출됐는데 총파업돌입 천명은 집단이기주의의 발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경제를 인질로 잡아 노동계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민주노총의 총파업 동기에 대해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정리해고제 법제화는 외화자금을 빌려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인
데다 1년뒤면 유예기간이 끝나 어차피 발효되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

12일 오전 10시20분에야 개최된 비대위 회의에서는 찬반세력이 엇갈리는
바람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굳이 총파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내부사정
때문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지도부 선거가 임박하자 일부 세력이 선명성을 과시하기 위해 총파업을
부추겼다는 것.

민주금속연맹 현총련 자동차연맹 등 금속3조직 통합을 앞두고 총파업을
단행함으로써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속셈도 깔려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민주노총이 13일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강도는 상당히 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총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강한데다 산하 조직력이 크게 약화된
때문이다.

여기에다 수도권 최대동력인 서울지하철공사노조가 사측의 손해배상소송
취하로 11일 파업을 철회하면서 총파업 분위기는 급랭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파업 참여인원은 민주노총이 주장한 10만명에 훨씬 못미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파업강도 역시 지난 96년말 노동법파동때보다 크게 못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13일 오후와 14일 오전 총파업을 벌인뒤 일단 호흡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 참여열기가 예상을 밑돌고 여론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음주
부터는 집회 위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적당한 파업철회 명분만 생기면 총파업은 조기에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