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포함한 민족적 시련은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가 파괴된데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문화의 힘이 약한 민족은 당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힘이 왜 약해졌는가에 대한 반성이 이번 소설의 출발이었습니다"

장편 "하늘이여 땅이여"(전2권 해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가
김진명(41)씨.

첫장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강한 한국"을 강조했던 그는 지금의
위기가 비틀린 역사와 빼앗긴 문화, 서구자본의 횡포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금융침략과 일본의 문화압살 등 양날의 칼이 우리 앞에 겨누어져
있습니다"

소설은 일본 도쿄대학의 한 교수가 컴퓨터장애를 일으키는 토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한국에 왔던 실화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중앙박물관 지하 석축과 명산 정수리의 철못 등 조선의 기맥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던 일본의 음모가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수호사자인 토우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한일간의 천기싸움이 펼쳐진다.

한편 한국인이 지배주주인 뉴욕 금융회사에 미국해커가 침입하고 한국
증권시장이 위험해진다.

미국투자가들이 다국적기업을 업고 한국증시에 거액을 투자, 가파른
주가상승을 유도한 뒤 한꺼번에 팔아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작전"을
펼치는 것.

이같은 상황은 이미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늘어난 지난해말부터 올 1월까지 외국인들은
1억1백만주 이상을 사들여 1조2천억원 가량의 평가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순매수총액 2조3천억원의 50%를 넘는 규모.

외국자본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어 소설속의
"검은 거래"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무궁화..."에서는 일본이 단순한 적으로 설정됐으나 이번에는 미국과의
"큰싸움"때문에 한국에 동조적인 입장을 취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컴퓨터천재 기미히토교수가 미국의 음모에 맞서는
한국인 해커 수아를 도와 증권대란을 막는다는 내용이 그것.

김씨는 "앞으로도 IMF같은 시련이 계속될텐데 더이상 고통받지 않으려면
민족정신의 뿌리와 문화정체성 확립이 시급한 과제"라며 한민족의 미래를
다룬 장편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세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아시아와 구미의 문화전쟁을 다각도로 조명할 생각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