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권력유착형 기업들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정부의 온갖 특혜를 받으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간판급 대기업들이
프로젝트의 동결, 특권상실, 주가폭락 등으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른바 ''정치종목''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콸라룸푸르주식시장에서는 동남아 최대규모인 바쿤댐
프로젝트를 따낸 에쿠란사의 주식거래가 정지 2개월만에 재개됐다.

개장하자마자 매물이 쏟아져 하한가로 떨어졌다.

마하티르 총리가 예산감축 등을 이유로 사업을 무기한 연기시켰기
때문이다.

인프라부문의 간판기업 레농의 주가도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레농의 자회사로 고속철도운영을 핵심사업으로 하는 유나이티드 엔지니어스
말레이시아(UEM)의 주가는 지난해 6월말에 비해 4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들 두기업은 정부와의 ''은밀한 관계''가 특징이다.

팅펙 키앙 에쿠란 회장과 하림 세이도 레농 회장은 정부고위층과의
커넥션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에쿠란은 총공사비 130억링기트규모의 바쿤댐 사업권을 경쟁자없이
단독으로 따냈다.

레농은 고속철도사업 등 인프라사업을 대량으로 수주해 일거에 대기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편입된 인도네시아에서도 정경유착 구조가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IMF요구를 수락하면서 친족들이 누려온 독점과
카르텔의 특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독점권 등 정부보호를 등에 업고 식용유사업을 확대해왔던 살림그룹은
외국인 투자규제가 철폐되자 이들과 경쟁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수익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수하르토의 차남 밤방이 경영하는 비민타라 그룹이 최근 50%에 가까운
주가하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는 등 수하르트 족벌경제가 일시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금융위기로 개발독재형 경제체제가 붕괴되고 있는데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만 금융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여론이 비등해지
면서 권력형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