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6일 고용조정법제화 방안 등 쟁점사항을 일괄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자 시민과 각계 전문가들은 일단 경제회복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며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근로자와 주부들은 무차별 해고사태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김종섭 교수는 "대기업 구조조정과 동남아 외환위기 등
우리가 넘어야 할 난관들이 산적돼 있지만 이번 합의타결은 경제회복을 위한
첫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이세중 변호사는 "노동계와 재계가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룬
것은 우리의 개혁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국제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우리가 처해있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더욱 힘을 합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합의에 대해 근로자들은 정리해고가 법적 보장을 받게 됨에
따라 집단해고가 본격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광현(31)씨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해고 통보가
언제 누구에게 들이닥칠지 몰라 항상 초조하다"며 "기업들이 부당해고를
하지 않도록 정부의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은행원 오동환(40)씨는 "이미 한차례의 명예퇴직 태풍이 지나간 금융계에도
정리해고 법제화로 또 한번의 위기가 올 것 같다"며 "직원들 사이에는
산넘자 또 산이라는 심정이 팽배해 있다"고 토로했다.

주부 이영미(35)씨는 "시장에 갈 때마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는 것이
피부에 와 닿는 때에 이제는 가장의 직장마저 안전치 못할 것 같아 더욱
걱정"이라며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성균관대 법대 임종률 교수는 "앞으로 개별적인 단체협상이 더욱 중요하게
됐으며 해석이 애매한 부분을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사업주는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고통분담을 하는
자세를 가져야 노.사.정 합의는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