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투신 예탁금반환문제는 그런대로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는
금융시장에 자칫 새로운 혼란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객자산 반환이 무작정 미뤄질 경우 빚어질수 있는 부작용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투신 사무실을 찾아가 항의소동을 벌이고 있는 신세기투신 고객들의
집단행동이 갈수록 격화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고, 이 문제가 불씨가 돼
투신사 전체에 대한 불신이 증폭돼 대량 환매사태를 부르는등 금융시장
전반에 엄청난 혼란을 결과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 문제는 결국 정부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신세기투신의 신탁자산 인수명령을 받은 한국투신 단독으로는 물론 7개
투자신탁사가 협력한다 하더라도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세기투신은 주식및 채권가격 폭락으로 엄청난 결손을 본데다 고객들이
맡긴 돈, 곧 신탁자산을 담보로 6천3백여억원의 돈을 빌려 써 회사고유자산
(자본금등 회사본래의 자산)을 충당하더라도 신탁자산을 반환하려면 엄청난
부족액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형편이다.

그 부족액이 얼마나 될지는 계산이 구구하나, 한투노조의 주장대로
그 액수가 1조원에 달한다면 한투주식의 16%를 갖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원,
곧 노조원들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투자신탁사 예탁금 반환문제가 이처럼 복잡한 것은 은행등 다른
금융업종과는 달리 투신사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예금자보호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예금보험공사법등 금융관련법을 고치면서 3년간 예금원리금반환을
보장하는 조항을 신설하면서도 투신의 경우 ''예외'' 취급을 한 것이 문제다.

재경원은 수탁자산을 은행 등 외부에 맡기도록 돼있는 투신사의 경우 은행
예금 보장장치만 제대로 작동되면 별도장치가 없더라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만약 투신사가 신탁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를 고유계정으로
변칙운용하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감독당국이 그런 변칙운용을 사전적으로
봉쇄했다면 예금자보호기구가 없더라도 투신사 고객에 대한 "실적에 따른
예탁금반환"은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현재의 신세기투신 문제는 재경원의 판단착오와 감독불충분에서 비롯
됐다고 봐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 또한 당연하다.

어쨌든 현시점에서 투신사 고객들이 예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금융시장의
혼란은 피하기 어렵다.

수탁형태와 내용에 따라 고객이 손실을 볼수도 있는 것은 투신상품의
경우 당연한 일이지만, 무기한 표류상태인 신세기투신 예금반환은 그것과는
또다른 얘기다.

이 문제가 다른 투신으로 번져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극대화되기 전에 정부는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