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의 복잡함과 어수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때론 호수의
고요함으로, 때론 드넓은 바다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물의 마음, 바로 비씨카드 수심회 회원들의 마음이다.

지난 1987년, 한달에 한번쯤은 고달픈 샐러리맨의 꼬리표를 떼어버리고
세월을 벗삼은 강태공이 되고픈 마음으로 시작했던 우리들의 작은 모임이
어느덧 10여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가버린 지금, 나날이 성장해온 회사의
발자취와 함께 수심회라는 명칭아래 비씨카드의 정식 체육교양반으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20명 남짓한 많지않은 회원이지만 매월 1회씩 꾸준히 나가는 출조시기가
가까워지면 이미 회원들의 마음은 강태공이 되어 바다로 호수로 달려가
있다.

일찍이 맹자는 군자의 삼락으로 부모가 다 살아계시고 형제가 다 무고한
일, 위로 하늘과 아래로 사람에게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일을 꼽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수심회 회원들은 출조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느끼게되는
그 설레임과 즐거움을 일락으로, 찌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즐거움을
이락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손맛을 삼락으로 삼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원 상호간의 침목과 우의를 돈독히 하고 출조가 끝난
후에는 우리에게 삼락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자연에 대한 보답의 마음으로
자체적인 환경정화운동을 실시하고 있으니 이 또한 우리 수심회만의
자랑일 것이다.

회원들중 가장 고참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장의 중책을 맡고 있지만 바로
그 회장이라는 직함덕분에 한달에 한번씩의 외도(?)를 가족들의 별다른
저항(?)없이 즐기고 있으니 나에겐 또다른 삶의 즐거움인 것 같다.

최근 나라경제가 어려움으로 날로 어둡게만 느껴지는 가슴아픈 현실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까지의 그 기다림으로, 그리고 빈배에 무심한 달빛만 가득
싣고왔다는 옛선조들의 그 여유로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려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