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IMF시대.

도산과 실직의 불안이 짙다.

이런 한파 속에서 세상을 거꾸로 가듯 칠순 가까운 나이에 경영일선에
복귀, 잔잔한 경영혁명을 일으키며 호텔업계의 주목을 받는 경영인이 있어
화제다.

신라호텔의 이길현(68)사장이 바로 그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에 비해 20%이상 신장시키며 사장 부임 1년만에
신라호텔을 세계10대호텔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또 개인적으로 외화획득에 기여한 공로등으로 대통령수교훈장 흥인장까지
수상, 겹경사를 맞았다.

그를 만나 IMF시대를 이겨나갈 경영의 지혜를 들어봤다.

-단기간내에 수익증대와 이미지 제고등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셨는데
비결이 있으신지요.

"매출규모는 96년 2천3백31억원에서 지난해 2천6백31억원으로 14.8%
늘어났습니다.

영업이익도 82억원에서 1백4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랄것은 없어요.

다만 부임하자마자 "이익을 못내는 장사꾼은 범죄자와 같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기업의 계열사 직원으로서 다소 안일에 젖어있던 직원들을 독려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그룹 최초로 2선 퇴진후 경영일선에 복귀하셨기 때문에 각오가 남달랐던
모양이지요.

호텔경영은 처음인데 어떤점을 강조하셨습니까.

"직원들이 "서비스는 신문기사와도 같다"는 점을 철저하게 인식하도록
주지시켰습니다.

때 지난 서비스는 절대 고객감동을 불러일으킬수 없다는 것이지요.

또 진정한 서비스는 고객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사장께서 현장경영에 도입한 독특한 "초서비스"란 어떤 것인지요.

"호텔에 오는 고객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받을 서비스 기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서비스로는 고객감동을 기대하기 힘들죠.

그래서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초월적인 발상에 근거한 서비스가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초서비스"란 개념을 창출했습니다"

-실제 업장에 채용된 아이디어는 어떤 것이 있나요.

"고객용 엘리베이터안에 국내최초로 TV를 설치하여 박찬호 야구나 월드컵
축구 중계를 볼수 있게 한다거나 직원용 엘리베이터안에 온장고를 설치,
뜨거운 음식이 객실까지 배달되는 동안 온도가 식는 것을 막아 최적의 맛을
내게 한다든지 하는 것등 많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난히 많은 호텔.여행등 각종 전문매체에서
세계적인 호텔로 선정했는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지난 한햇동안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천지, 금융전문지인 I.I지,
예술전문지인 영국의 유러머니지, 홍콩의 아시아머니지 파이낸셜 아시아지
등의 유력잡지에서 잇달아 신라호텔을 한국 최고호텔로 선정해 주었습니다.

올 벽두에는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계간지인 리더스지가 신라호텔을
세계10대호텔중 하나로 뽑아주었습니다.

국내호텔이 세계 호텔순위 조사에서 10대호텔로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단한 영예입니다.

국산브랜드호텔이 수만개가 넘는 세계의 특급호텔, 그중에서도 유명
체인호텔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IMF한파 도래이전에 이미 완전한 시장개방이 이루어져 있는 호텔업계에서
신라호텔의 서비스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볼수 있지요"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은 것도 신라호텔의 이미지 제고 및 경영실적과
관련이 있는지요.

"삼성물산 도쿄지점장으로 오래 근무하면서 대일 무역의 "야전사령관"
이라는 별명을 들을만큼 일본현지 한국기업과 대일진출을 희망하는
한국기업들에 나름대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점이 인정을 받은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82년부터는 일본정부의 대외경제자문위원회 특별위원을 맡아
자문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양국간에 이해증대와 경제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다했습니다"

-경영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올해를 헤쳐나갈 전략은 무엇인지요.

"올해는 "스피드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를 정했습니다.

현재의 부서를 대폭 슬림화하여 대팀제로 전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하는 한편 낭비요소를 최대한 제거할 방침입니다.

사이판호텔사업등 신규사업추진도 일단 유보하고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