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 덕분에 수출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는
오히려 하락,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나빠졌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중 수출단가지수는 67.1로
한은이 현재와 같은 단가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지난 89년이후 최악
의 수준으로 악화됐다.

반면 수입단가지수는 지난해 10월 87.8에서 11월에는 88.7로 높아졌다.

이에따라 수출단가를 수입단가로 나눈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11월 75.6을 기록,역시 지난 89년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6년12월 77.0으로 악화됐다가 97년4월엔
82.2까지 호전됐었다.

이후 지난해 9월 75.8까지 하락했으나 10월에는 79.2로 다소나마
개선추세를 보였었다.

지난해 11월중 경상수지는 42개월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서
5억4천만달러 흑자를 나타냈었다.

이처럼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와 교역조건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은 국내기업
들이 환율상승을 계기로 밀어내기 수출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관계자들은 외국바이어들이 환율상승을 빌미로 노골적인 가격인
하를 요구,수출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상품의 밀어내기식 수출이 계속됨에 따라 유럽에서는 국내
상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수출업체들은
지적했다.

이에따라 만일 환율이 급속히 하락하거나 안정세로 돌아설 경우 국내
업체들의 수출은 오히려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