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금융 처리 이렇게'' ]]]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처리가 초읽기상태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외환및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꼽혀온 종합금융사의 경우 오는
24일 1차 폐쇄대상이 선정되고 3월7일까지 자구노력이 미흡한 곳에 대해
추가적인 폐쇄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제일 서울은행 등 부실은행에 대해서도 지난 15일 감자명령이 내려진데
이어 2월말이나 3월초께 새로운 주인에게 넘어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부실금융기관의 조속한 정리를
요구함에 따라 정부의 금융산업 구조조정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업계 재계 학계 등 각분야 금융전문가들의 긴급 지상좌담회를 갖고
부실금융기관 처리방안과 향후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정책방향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

토론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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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 : 조윤제 < 서강대 교수/사회 >
최흥식 <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황영기 < 삼성그룹 전무 >
이재우 < 나라종합금융 상무 >
오광희 < 한국신용정보 이사 >
유석형 < 보람은행 국제부장 > ]]]

< 종금업계 구조조정 >

종합금융사의 부실문제는 적정한 심사없이 소위 기업의 이름만 보고
빌려주는 네임대출을 주로 해온데서 비롯됐다.

해외투자에서도 투자의 적정성을 따지기 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마진만
추구한데서도 그 요인을 찾을수 있다.

또 은행 증권 보험 상호신용금고 등과는 달리 감독기관이 제대로
없었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이 때문에 우회대출이나 편법대출, 기업어음(CP)공매 등과 같은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종금업계 전체가 원리원칙에 충실한
투명경영을 해야 하며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장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종금업계를 다시 살리면서 새로운 감독체계를 만들 경우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종금사를 은행이나 증권사로 바꿔나가는
것이 더 낫다.

기업과 금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회생이 가능한 종금사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으로 반드시 전환돼야 하며 정부는 이를 원활하게
진행할수 있도록 진입장벽 등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종금감독기능을 기존의
감독체계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물론 이때 종금사가 은행으로 전환하든,증권사로 전환하든 스스로의
선택에 맡겨야 하며 취급업무도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특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들어 선발 종금사의 경우 국제금융과 리스영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은행이나 증권사로 전환한 후에도 비교우위에 있는 이들 업무를
원할 경우 모두 허용해야 한다.

종금업계를 완전히 정리할 경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종금사가 주로
담당해온 CP시장을 어떻게 재편하느냐는 것인데 종금사로부터 은행과
증권사 등으로 CP업무를 이관하면 해결될수 있다.

종금사가 점유하고 있는 80조~90조원 가량의 CP시장을 당장 없앨 수는
없다.

따라서 CP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증권사와 한시적으로만 CP업무가 허용된
은행 등이 계속 CP업무를 수행할수 있도록 제반여건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모든 금융기관이 CP업무를 담당할수 있도록 업무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아울러 종금사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금융기관들의 재무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거나 왜곡되고 있어 해외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재무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업무영역상의 구조조정과 퇴출도 원활하게
진행될수 있을 것이다.

< 부실은행 정리 >

최근 시티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 등 외국 금융기관들이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외국은행들로서는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만드는 것보다 국내 은행을
인수했을 때의 이익이 더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부실은행들은 광범위한
영업망 외에는 매력적인 부분이 전혀 없다.

또 은행의 내부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세계적인 금융전문가인 외국은행
관계자를 영입하려 해도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인센티브가 없다.

게다가 설사 그들이 영입돼서 온다고 해도 보수적인 대주주와 경영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를 거둘수 없다.

오너십(소유구조)을 바꾼 후에 해외 전문가에 용역을 줘서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람과 사고에 대한 개혁에 먼저 착수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의 부실처리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우선 풀어야 한다.

아마추어에 해당하는 예금자들은 보호해야겠지만 투자전문가인 해외
금융기관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주는 것은 곤란하다.

부실금융기관은 단호하게 정리하되 예금자는 철저히 보호하고 나머지는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방법은 폐쇄(청산) 매각 구제금융 등 3가지
방법이 있는데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때 구제금융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정부에 그만한 여력이 없다.

나머지 두가지 방안이 남는데 가장 유력한 방법은 폐쇄보다는 합병이다.

미국에서 부실은행을 정리할때도 90%이상을 폐쇄가 아닌 합병으로 해결했다.

이를 위해 조속히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고 합병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등 합병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한편 코스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처리시한을 줄이는게 현명한 방안이다.

가교은행을 만들어서 자산과 예금 등을 분리매각하고 부실채권문제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이나 예금보험공사에서 해결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 리스업계 부실문제 >

과거에 외화차입이 많았던 금융기관들은 환율급등과 상환압력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체들이 원화차입금은 어떻게든 갚을수 있다 해도 외화차입금은
상환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기업체의 상환불능상태가 올해 상반기중에 고스란히 리스사의
부실자산으로 나타날 것이며 종금사 다음으로 리스사가 무더기 부도위기에
몰릴 것이다.

특히 전업리스사의 외화자산은 단기차입해서 장기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리스자산을 팔고 싶어도 팔수 없는데 외화 상환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환율급등으로 환차손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투자한 자산도 이미 30~40%가량 손실을
입었고 앞으로도 손실규모는 폭증할 전망이다.

게다가 리스사는 대부분 은행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결국 은행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따라서 리스사가 예금기능이 여신전문금융기관이며 기업이 망하지 않는한
리스료는 계속 들어온다는 특성을 감안, 모기업인 은행들이 시급하게
자회사 통폐합이나 폐쇄 등의 단안을 내려야 한다.

< 증권 투신 보험사의 부실문제 >

증권사와 투신사의 부실문제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문제는 약정수수료에 대한 의존도가 과다하게 높고
리스크관리가 무감각하다는 점이다.

여신심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회사채를 무차별적으로 지급보증한 결과
기업의 연쇄부도로 부실이 급증하게 됐다.

따라서 종금사와 마찬가지로 주주가 회사를 살린다면 살수있는 길을
터주고 회생이 불가능하다면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한편 투신사들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공사채형수익증권 등 미매각
수익증권을 과다하게 보유하면서 부실이 급증했다.

투신사 고유계정의 경우 정부가 증시부양책의 일환으로 활용하면서
부실화시킨 면도 없지 않은만큼 정부차원에서 획기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

부실문제를 야기한 예금형식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매각할수 있도록
해주되 개인의 원리금은 예금자보호차원에서 보장하고 법인 등의 경우에는
원리금전액이 아닌 잔액만 돌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일반인의 주식및 채권투자가 활성화된다면 투신사가 앞으로 중요한
투자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므로 정부가 정책적인 보호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보험사중에서는 특히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해약사태로 고전하고 있으며
후발 생보사의 지급여력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보험금리가 연10~12%대로 낮은 상태인데다 가계소득 감소와 사업자금부족
등으로 중도해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상품을 지속적으로 시판해서 저금리계약을 고금리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따라서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선발생보사간 또는 후발생보사와
선발생보사간의 합병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5대그룹의 생보사 진출을
허용해 자금유입의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

< 민간외채에 대한 정부지급보증문제 >

민간금융기관의 외채에 해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것은 모라토리엄
(대외채무지불유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렇다 해도 만기연장되는 외채에 대해 정부가 전부 지급보증하는 것은
곤란하다.

만약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경우에 대비해 국가가 모든 채무를 떠안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정부가 모든 외채에 대해 지급보증한다면 환율급등으로 우리 정부가
채무함정(debt trap)에 빠질 우려가 있다.

환율급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외채규모가 종전 국민총생산(GNP)대비
25%선이었으나 최근 환율급등으로 70%선으로 올라갔다.

여기에 만기연장금리가 종전에는 연5.6%수준인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1%를 더한 정도였지만 이제는 리보에 10%가량이 더 빠져나가는 채무함정에
걸려들게 된다.

은행은 결제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외채 지급보증이 불가피하지만
이경우에도 정리해고나 경영진교체 등 선행조건을 이행하는지, 그리고
해외 채권단과의 재협상(renegotiation)이나 채무상환일정 재조정
(debt rescheduling)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지 등을 고려한후 은행별로
한도를 설정하고 그 범위내에서 지급보증을 해줘야 한다.

< 정리=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