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를 맞아 문화계의 구조조정을 모색하는 자리가 처음 마련된다.

예술비평그룹 "21세기 문화광장" (대표 탁계석)이 19일 오후2~5시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및 IMF 시대 문화불황
극복방안 세미나"를 갖는다.

이 자리에는 조세형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박상록 21세기문화예술
특별지원단장, 김정옥 세계극예술협회장, 정진수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조흥동 한국무용협회이사장, 영화감독 유현목씨 등 정계와 문화계 인사
3백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문학을 죽여서 문학을 살리자 (박덕규, 소설가)

=한국문학은 고사 직전이다.

봉건적 전통 답습과 표피적 새로움만이 되풀이되고 있다.

독자들은 감동지상주의에 매달려 있고 베스트셀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작가들은 미문과 신비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너무 싼 책값도 현실화해야 한다.

<>거시적 문화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최병식, 경희대교수)

=IMF 한파로 위축된 미술가들의 작업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폐교의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3년 유예된 미술품양도소득세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

경매시장 도입도 시급하다.

IMF 시대를 맞아 한국 고미술품의 해외반출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따라야 한다.

<>IMF와 무용예술, 그리고 문화정책 (장광열, 객석편집장)

=무용대학의 증설을 억제하고 무용관련학과를 통폐합해야 한다.

연간 배출인원이 1천8백명에 달하는데 졸업후 전공을 살리는 사람은
3분의1에 불과한다.

정부지원도 소액다건주의에서 벗어나 건수를 줄이고 지원액을 늘려야
한다.

외국 예술가들과의 합동작업을 통한 수출이 IMF를 이기는 대안이 될수
있다.

<>IMF 시대 공연예술문화의 역할과 정책방향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

=극장 운영 정상화를 위해 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기획.마케팅 전문인력과의 연대가 필요하며 과시성 일회성 공연을 없애야
한다.

문화예술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보장해줘야 하며 기업은 적은
액수나마 펀드를 만들어 문화후원에 나서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

<>정축국치를 넘기 위한 영화분야의 공동과제 (장석용, 영화평론가)

=한국영화 수출입협회를 만들어 국제영화시장에서의 국내업자간
과당경쟁을 막아야 한다.

난립한 수출.제작사는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시키고 연간 1편도 만들지
않는 제작사는 폐쇄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지자체의 소모성 영화제에 국고를 낭비해선 안되고
국내영화제도 격년제로 치를 필요가 있다.

일본영화 수입금지 명분이 사라져 더욱 위험해진 한국영화를 위해
1백6일의 의무상영일수는 지켜야 한다.

<>문화관련기관도 책임경영제 도입하자 (탁계석, 21세기문화광장대표)

=비전문관료 문화행정은 문화계 거품의 원인이다.

문화부의 독립은 문체부에서 체육을 떼어내는 기능분리보다 비전문
무능력의 문화파워집단을 실천적 문화경험자로 대체하는 문제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1백90개 전국 문화원을 활성화해 문화의
중앙편중을 막아야 한다.

"문체부양로원"이 돼버린 문예진흥원은 책임경영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