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 외국의 기업사냥꾼들이 몰려온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소 자극적인 용어를 선호하는 언론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기업
사냥"이라는 말은 별로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사냥의 경우는 그 목적물인 동물들이 대개 생명을 잃거나 다치게 되지만,
M&A(인수.합병)의 경우 목적기업이 죽거나 다치게 되면 M&A하려는 측으로서
는 아무런 이득이 없게 된다.

때문에 M&A를 "기업사냥"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자본주의의 시장원리에
따라 단지 기업이라는 상품을 사고 파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그간 M&A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
이다.

하지만 1백여년의 긴 M&A역사를 갖고 있는 "M&A 원조"격인 미국의 경우
지난 1985년 대통령 경제보고서에서 "M&A는 경제적 효율을 증대시키고
희소한 재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기업경영의 질을 높여 궁극적으로 국가의
부를 증대시킨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후 금융 통신 의료 등 산업전반에 걸쳐 규제를 대폭 완하함으로써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끝에 미국의 경제적 효율을 증대시켜 최근 7년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도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많은 기업들을 M&A
하여 소위 "세계경영"의 틀을 다져 왔다.

이처럼 우리는 타국의 기업들을 M&A하면서, 우리나라에 외국기업들이
진출하려는 것은 "기업사냥"에 빗대어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M&A의 역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태도라 할 것이다.

개화기에 외국 선박들에 대포를 쏘아대며 척화비를 세웠던 대원군의
쇄국주의가 결국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를 생각해 볼 때이다.

이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도 가능하게 되었다.

흔히들 우리의 경우 법위에 국민정서가 있고, 국민정서 위에 때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제도가 갖추어져도 M&A에 대하여 언론이 계속 부정적인 방향으로
국민정서를 유도하는 한 우리나라는 M&A 쇄국주의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