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수입대금 입금을 전제로 수출업자에게 대출해주는 자금(네고대금)의
이자(6%)가 일반대출금리보다 훨씬 싸다는 점을 이용, 허위수출을 통해
2백억원대의 금융차익을 챙긴 무역사기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안대희 부장검사)는 14일 싸구려 컴퓨터 부품을
고가품인 것처럼 수출한 뒤 국내 8개은행으로부터 1백81회에 걸쳐
2백13억원의 수출네고대금을 가로챈 명진컨티넨탈 대표이사 김동준(35)씨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해외수입업자와 짜고 지난 95년 9월부터 1년여
동안 개당 150원씩 하는 집적회로(IC)를 10만원짜리 고가반도체 부품으로
위장 수출, 이 가운데 일부를 역수입해 중계무역 형태로 다시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국내 은행으로부터 받은 네고대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또 수입대금이 실제 결재됐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서류만 갖춰
내면 통관해주는 통관절차의 허점을 악용, 수입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수입
승인서를 변조하는 수법으로 미국의 컴퓨터 업체로부터 컴퓨터 2백71만달러
(22억원 상당)어치를 사들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위장 수출.입 행위는 외화수입과 전혀 무관한 불법
대출행위에 불과하다"며 "피해은행들이 건전한 무역거래까지 의심해 정상적인
수출.입에 따른 신용장 개설마저 회피하는 등 수출환경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유사범죄에 대해 강력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