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도 어렵고, 땅은 좁으며 도로를 포함한 교통시설은 모자라는데도
자동차는 천만대가 넘는다.

교통문제를 말하자면, 96년말 현재 교통혼잡비용이 16조원을 넘고, 연간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통계적으로 파악된 것만 약 26만건에 사상자만도 약
37만명에 이른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오존주의보가 자주 발령되고, 발생되는 오존
때문에 눈이나 호흡기 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80년이후 자동차 증가율이 연평균 20%를 넘는데 도로 연장 증가율은 2%에
머물러 있어서 교통 수요와 시설 공급사이의 불균형이 교통문제의 1차적
원인이라고 본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설투자 정책을 꾸준히 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시설을 늘리는 방법만으로는 폭증하는 교통
수요를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시설투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긴축경제체제 아래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려운 가정살림을 잘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새 집과 새 옷을 장만하는
것보다 있는 살림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공급측면에만 힘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시설 공급은 유지하되, 있는 도로를 효과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할 때다.

기존 도로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기술에는 교차로 신호 운영
기술, 버스 전용차로 등 차로 운영관리기술, 도로시설 보수 유지관리기술,
지능형 교통체계(ITS)와 같은 첨단기술을 들 수 있다.

이들 기술 개발은 도로의 확장과 신설이라는 정치공약성 사업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적은 투자로도 교통문제 해소에 아주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행히도 정부에서는 이들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초기단계로서
모든 분야에서 저비용 고효율이 절실한 요즈음 투자효율이 높은 쪽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