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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기업인 도망다니지 마세요" .. 3월까지 자수땐 불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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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벌이 두려워 피해 다니지 말고 떳떳이 자수하십시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보장하겠습니다"

    무려 73억원의 부도를 낸 중소기업인이 검찰의 배려로 불구속상태에서
    기업재건의 의지를 다지게 됐다.

    사건의 주인공은 국내 PVC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평화플라스틱
    이종호 사장.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극심한 불경기로 거래처가 연쇄도산 물품대금으로
    받은 수억원의 어음이 하루만에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리면서부터 부도를 냈다.

    결국 연간 매출액 3백40억원 규모의 탄탄한 중견기업도 연쇄도산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부터 이사장은 회사에 거의 기거하다시피 하며 회사재건에 나섰다.

    직원가족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공장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그 결과 생산직 근로자는 단 한명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잔업수당과 보너스도 자진반납했다.

    부도초기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원자재 납품업체들도 거래를 재개하겠다고
    돌아섰다.

    2백70여개의 거래업체들이 수천만원의 선수금을 지원하며 제품생산을
    독려할 정도였다.

    원료공급업체들도 외상거래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물품대금으로 어음대신 현금을 지급했다.

    빠른 시일내에 회사를 재건하라는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씨는 법적으로는 기소가 중지된 "죄인"의 신분이었다.

    거래처를 찾아갈 때도 경찰의 눈길을 피해다녀야 했다.

    불심검문을 받게 되면 그 즉시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으로 구속당할 처지
    였기 때문이다.

    현행 부정수표단속법은 당좌수표 1억원, 가계수표 5천만원 이상을 부도낼
    경우 구속처리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3개월간의 도피는 지난달 30일 서울지검 동부지청 민영선
    검사에게 자수하면서 끝을 내렸다.

    그가 자수한 이유는 전체 매출액중 20%를 차지하는 해외수출망을 하루속히
    복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서는 이씨가 직접 해외업체를 찾아가 회사가 정상적으로 가동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줘야 하지만 기소중지자가 해외로 나가기란
    불가능했다.

    민검사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이씨를 불구속기소키로 했다.

    당좌수표의 경우 1억원이상, 가계수표의 경우 5천만원이상의 부도사범을
    구속처리하는 종전의 관행에 비춰볼 때 극히 이례적인 조치였다.

    처벌보다는 회사를 재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의 결과였다.

    검찰은 앞으로도 이사장처럼 불가피하게 부도를 내고 피신중인
    중소기업인들이 오는 15일부터 3월말사이 자수하면 수습기회도 부여받고
    불구속 처리키로 했다.

    이번 조치로 현재 발행수표가 부도처리돼 경찰의 눈을 피해 다니는
    중소기업인 1만9천여명이 혜택을 입게 될 전망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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