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환위기와 정책우선순위 .. 표학길 <서울대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표학길 <서울대 교수 / 존스홉킨스대 초빙교수>
작년말 국가부도 사태로까지 치닫던 외환위기는 결국 미국정부의 개입으로
간신히 수습이 되었다.
IMF로부터 20억달러, 그리고 G7으로부터 80억달러를 조기 지원받는 것과
함께 1백50억달러에 달하는 작년 12월말현재 기한도래분 외채를 1개월정도
만기연장받는 임시조치에 의해 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오는 3월말까지 기한이 도래할 예정인 외채가 2백16억달러 정도
된다고 하므로 12월말 연장분까지를 합한 약 3백66억달러에 대한 상환대비가
시급하다.
정부가 지금 확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은 G7지원금 80억달러를 포함하여
1백30억달러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따라서 그 차액인 2백36억달러에 대해서는 외평채 국채 또는 외국
상업은행들의 협조융자에 의존하거나 다시 일부를 만기연장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뉴욕에서 논의되고 있는 채권은행단의 협의결과에 한국경제의 운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사실 작년 11월 하순부터 한국의 외환-금융위기가 본격화될 무렵, 이곳
워싱턴에서는 최대 채권국인 일본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1995년 멕시코 외환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미국은 IMF의 협조를 통하여
총 5백10억달러라는 구제금융 패키지를 지원해 준바 있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의 지원으로 해결할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대두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7년째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 은행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일본내의 부실대출은 물론 동남아 대출의 상당부분이
부실화되고 있어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주도하기는 커녕 오히려
만기도래분의 조기회수에 앞장을 설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유럽 국가들의 힘이 전통적으로 강하게 작용해온 IMF에서
일본이 대한구제금융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결국 미국의 리더십에
의존할수 밖에 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이 IMF와 합의한 조건들을 어떻게 성실하게 이행하여
외환-금융위기를 극복해나갈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이미 우리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사실 미국 의회에서 결국은 반대에 부딪칠 것을 각오하면서도 루빈
재무장관이 적극 개입한 이유는 어떻게 해서든 현재의 아시아위기를
한국에서 막아보자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국가부도사태는 걷잡을수 없는 사회소요 안보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며,그 결과 일본 중국으로의 경제적 여파는 물론 안보관련
부담이 미국 일본에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을 하였다고 한다.
이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비상경제대책위는 어떠한 정책우선 순위를
갖고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최선의 방법은 2월말 정권인수가 완결 될 때까지 해야할 일과 3월초부터
집행에 들어가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첫째 아무리 현상황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새경제팀이 정식으로 구성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정책개입을 남발하는 것은 국제 신인도제고에 하등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2월말까지는 어떠한 종류의 중장기정책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여력을 정권인수의 "준비"에만 국한시키고,정책의
기본방향은 정식으로 구성되는 새경제팀에 맡겨야 한다.
일부에서는 새정부가 정식으로 구성되어 정책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IMF 조건들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 이외에 선택가능한 정책은 거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재벌정책, 기업의 구조조정 관련법, 공정거래정책,
심지어는 과외수업 금지 등은 지금 논의될 필요도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만일 새경제팀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다시 한번 정부가
구성되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제사회에서의 불신감만 가중시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많은 기대속에 출범한 현 정부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즉흥적인
인사정책"과 "개혁을 위한 개혁"에 있었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나 인사위원회와 같은 요식행위보다 실제로 가장 유능한 사람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인가에 현재의 인수팀은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본다.
최선의 방법은 당해 분야를 잘아는 전문가 그룹 30~40명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추천을 받고,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새정부는 스스로 자제할줄 아는 미덕을 갖고 관료들의 처벌보다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에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관료들이나 재벌에 대한 하이에나에만 몰두하고, 정권을 인수하는
정치인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현 난국을 초래한 죄인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 처한 상황은 결코 극복될수 없을 것이다.
< 워싱턴에서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
작년말 국가부도 사태로까지 치닫던 외환위기는 결국 미국정부의 개입으로
간신히 수습이 되었다.
IMF로부터 20억달러, 그리고 G7으로부터 80억달러를 조기 지원받는 것과
함께 1백50억달러에 달하는 작년 12월말현재 기한도래분 외채를 1개월정도
만기연장받는 임시조치에 의해 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오는 3월말까지 기한이 도래할 예정인 외채가 2백16억달러 정도
된다고 하므로 12월말 연장분까지를 합한 약 3백66억달러에 대한 상환대비가
시급하다.
정부가 지금 확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은 G7지원금 80억달러를 포함하여
1백30억달러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따라서 그 차액인 2백36억달러에 대해서는 외평채 국채 또는 외국
상업은행들의 협조융자에 의존하거나 다시 일부를 만기연장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뉴욕에서 논의되고 있는 채권은행단의 협의결과에 한국경제의 운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사실 작년 11월 하순부터 한국의 외환-금융위기가 본격화될 무렵, 이곳
워싱턴에서는 최대 채권국인 일본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1995년 멕시코 외환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미국은 IMF의 협조를 통하여
총 5백10억달러라는 구제금융 패키지를 지원해 준바 있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의 지원으로 해결할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대두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7년째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 은행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일본내의 부실대출은 물론 동남아 대출의 상당부분이
부실화되고 있어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주도하기는 커녕 오히려
만기도래분의 조기회수에 앞장을 설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유럽 국가들의 힘이 전통적으로 강하게 작용해온 IMF에서
일본이 대한구제금융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결국 미국의 리더십에
의존할수 밖에 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이 IMF와 합의한 조건들을 어떻게 성실하게 이행하여
외환-금융위기를 극복해나갈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이미 우리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사실 미국 의회에서 결국은 반대에 부딪칠 것을 각오하면서도 루빈
재무장관이 적극 개입한 이유는 어떻게 해서든 현재의 아시아위기를
한국에서 막아보자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국가부도사태는 걷잡을수 없는 사회소요 안보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며,그 결과 일본 중국으로의 경제적 여파는 물론 안보관련
부담이 미국 일본에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을 하였다고 한다.
이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비상경제대책위는 어떠한 정책우선 순위를
갖고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최선의 방법은 2월말 정권인수가 완결 될 때까지 해야할 일과 3월초부터
집행에 들어가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첫째 아무리 현상황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새경제팀이 정식으로 구성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정책개입을 남발하는 것은 국제 신인도제고에 하등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2월말까지는 어떠한 종류의 중장기정책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여력을 정권인수의 "준비"에만 국한시키고,정책의
기본방향은 정식으로 구성되는 새경제팀에 맡겨야 한다.
일부에서는 새정부가 정식으로 구성되어 정책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IMF 조건들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 이외에 선택가능한 정책은 거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재벌정책, 기업의 구조조정 관련법, 공정거래정책,
심지어는 과외수업 금지 등은 지금 논의될 필요도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만일 새경제팀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다시 한번 정부가
구성되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제사회에서의 불신감만 가중시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많은 기대속에 출범한 현 정부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즉흥적인
인사정책"과 "개혁을 위한 개혁"에 있었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나 인사위원회와 같은 요식행위보다 실제로 가장 유능한 사람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인가에 현재의 인수팀은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본다.
최선의 방법은 당해 분야를 잘아는 전문가 그룹 30~40명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추천을 받고,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새정부는 스스로 자제할줄 아는 미덕을 갖고 관료들의 처벌보다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에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관료들이나 재벌에 대한 하이에나에만 몰두하고, 정권을 인수하는
정치인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현 난국을 초래한 죄인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 처한 상황은 결코 극복될수 없을 것이다.
< 워싱턴에서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