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위기에 대한 IMF(국제통화기금)의 처방은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서방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경기긴축과 고금리.고환율의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는 "IMF 해법"은
이미 대기업들의 잇단 도산과 투자 감축으로 대량 실업자를 내고 있는 한국
경제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만을 안겨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런 "경고"는 IMF가 한국 금융시장에 개입한 지난해 12월초부터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 등 일부 서방 경제학자들 사이에 제기됐으나 IMF는
"한국을 당장의 부도위기에서 건져 낼 외국자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라고 일축해 왔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전 동안 당시 김대중후보가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뒤 한국의 외환위기가 한층 심화되는 곤욕을 치르고 난 뒤에는 국내에서조차
"IMF 해법"을 재론하는 것은 거의 금기시 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최근 뉴욕 타임스와 월 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의 유력 신문들이
전문가들을 인용,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그
여파가 미국에까지 밀어닥칠 수 있다며 IMF처방의 재고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월 스트리트저널은 5일자 오피니언 면에 "미국은 아시아의 태풍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전문가들의 견해를 게재하는 가운데 한국 등의
환율이 현재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안정돼야 하며 긴축정책도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모건 스탠리 애셋 매니지먼트사의 바튼 빅즈 회장은 아시아
통화가치의 대폭 절하로 인해 미국 내수업체들이 긴장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내에 보호주의 망령을 되살리는 결과로 이어져 세계 전반의 자유무역을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회생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IMF가 요구하는 긴축 정책은 아시아 국가들에 불필요한 경제
희생을 강요할 뿐이라며 <>세금감면 <>규제완화 <>금융기관 감독강화 등
보다 세련된 정책을 통해 경제회생을 유도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경제평론가 스티븐 포브스도 멕시코의 경우 지난 93년 통화위기 당시
클린턴 정부와 IMF의 강요로 인해 통화절하 정책을 취한 결과 금리가 1백%
오르고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50% 깎이는 등 경제를 교란시키는 결과만
빚었다고 지적, 홍콩식으로 아시아 통화를 미달러화에 대해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는 등의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기고가인 제임스 그랜트는 한국의 경우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은
국가의 잘못이 아닌 민간 기업들의 과잉투자.과잉 차입경영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성장률을 3% 이내로 억제토록 한 것은 적절한 해법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이에앞서 뉴욕 타임스는 지난 2일자 사설에서 "IMF 처방으로 인해 한국은
극도의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며 "침몰하고 있는 나라에 자기 돈을
투자할 외국인은 없을 것이므로 한국을 외환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해서라도
경기를 적절하게 회복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