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년 첫 아침.

신생의 해를 안고 말없이 흐르는 강물의 품이 넓다.

어둠을 헤치고 태백준령 산맥넘어 밤새 달려온 저 빛.

산과 강이 만나는 곳에서 "사람의 땅"이 시작되고, 그 땅의 뿌리를 딛고
우리는 새로운 씨앗을 뿌린다.

다시 열리는 세상, 첫 아침의 기대가 큰 만큼 우리 앞엔 건녀야 할 다리도
많다.

나라 살림을 일으키고 일자리 잃은 사람들에겐 일터를 만들어 주며 눈맑고
귀밝은 이웃들과 희망을 나누는 일.

경제살리기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날 우리는 다시 한강의 기적을 볼 것이다.

즐겁게 땀흘리며 우리 함께 가 닿을 그곳에는 들판 가득 봄빛이 푸르고
빈 곳간에도 풍요로운 알곡들로 넘쳐나리라.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