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 노동부장관 >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 수준으로 하향설정되어 투자및 소비가 위축될
전망이고 이 결과 우리 경제전반의 고용흡수력이 저하되어 취업난이 심화될
것이다.

또한 금융산업을 시작으로 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한계기업의 도산및
폐업이 증가하고 기업의 감량경영에 의한 해고 등으로 실업자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와같이 금융외환위기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가져오는 첫번째 충격은
실업률의 상승으로 나타날수 밖에 없다.

특히 내년봄에는 실업자가 1백만명 수준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고 단체
교섭시기와 맞물려 노사관계가 크게 불안정해질수 있다.

따라서 금년내에 종합적인 실업대책을 마련하여 내년초부터 시행할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기업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임금감축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아울러
원화의 평가절하로 생활물가가 상승하면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특히 실질임금의 하락 충격이 저임금근로자의 경우 가중되어 나타나고
또한 기업의 감량경영으로 임시직 계약직 등 비정규 근로자가 증가하게
되면 그동안 개선되어온 소득분포가 악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같이 내년에 예상되는 고용불안과 실질임금 하락은 우리경제의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틀림없지만 이로인해 노사간
신뢰가 붕괴되고 사회불안이 고조된다면 우리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내년도 노사관계정책은 노사간 신뢰구축을 근간으로 하고 경제위기
에 요구되는 공평한 고통분담방식을 마련하여 사회통합을 이룩하는데 그
초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정리해고제나 근로자파견제 등 민감한 문제일수록 노사간 충분한 대화
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업은 인력감축보다는 자산매각이나 물적비용의 절감을 통하여 경영합리화
를 추진하여야 할 것이며, 아울러 인력재배치, 근로시간조정을 통한 업무
공유 등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인력감축에 초점을 둔다면 고용불안으로 인해 근로자의 생산의욕이
저하되고 기업이 그동안 축적해온 숙련 형성이 무너질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용조정과 고용안정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기업의 노력을 적극적
으로 지원할 것이다.

내년도 노동정책은 실직자에 대한 직업알선, 직업훈련및 소득보장을 강화
하는 것은 물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가올 실업자 1백만명시대에는 고용보험을 중심으로
우리의 경제사회를 유지할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고성장시대
에 짜여진 거시경제정책 노동정책 교육정책 복지정책 등 제반 경제사회정책
의 패러다임이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발전의 기초여건은 바로 우수한 인적자산이다.

기업이 위기일수록 핵심역량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듯이 국가도 경제위기
일수록 미래 도약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바로 지식사회구축을 위한
근로자 교육훈련의 강화이다.

OECD 각국에서 고실업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교육훈련투자에 인색하지
않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내년에는 인적자산이라는 핵심역량을 배양하는데 노.사.정이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