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근 <미원통상 부산지역본부장>

지난 12월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위한 조건이
발표되었다.

재경원과 IMF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채권시장 조기개방, 수입다변화
품목해제 국내상장사주식 50% 취득가능, 재벌해체, 회사채 년17% 유지,
정리해고,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무제한 허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약 9백90개의 상장회사중 은행 차입금 없이 경영하는
회사는 단 하나도 없다.

상장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이 약 3백60% 고금리, 고임금, 저효율 상태에서
어쩔 수 없는 경영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IMF의 타킷은 우리의 대기업들인 것 같다.

그러나 과거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멕시코, 인도네시아, 태국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들 나라는 경공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이루어가고 있으나 우리는
중화학공업에서 최첨단 정보화 산업으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우리를 상대적으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나만의 의식인지.

상장기업들이 회사채 금리가 폭등하고, 콜 금리는 상한선까지 가버린
현실에서 과연 어떤 기업이 금융권 시스템마저 정지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상장사중 정부정책과 현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몇 퍼센트가
될지 걱정이 앞선다.

금융시장이 혼미한 상태에서 고금리에 발목접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정지된 기업들, IMF협약 때문에 정부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끝내 외면해 버린다면 기업들의 앞날은 연속 도산으로 우리 경제가 뿌리채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보사태, 기아사태, 한라부도에서 확인했듯이 일부 고유업종을 유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상황에서 대기업체의 부도는 협력사인 중소기업으로 파급되어 수천개의
중소기업이 함께 쓰러지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했고, 기업의 부도는 곧,
한국의 국제 신용도를 동반하락시키기 때문에 냉철한 이성의 판단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구조조정을 하면서 자생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조치를 과감히 혁파하여 정부가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경제에 쉼표는 있을지 몰라도 결코 마침표는 없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