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밀가루와 라면 등이 갑자기 많이 팔렸다.

밀 공급량도 충분하고 밀가루 값도 환율변동 등을 반영해서 올라 있는
상태였음에도 상당히 많은 수요가 있었다.

한편에서 생각하면 수입곡물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움직이는 만큼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니까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 미리 사두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는 것도 이해할수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에서 밀가루는 1인당
연간 34kg 수준, 쌀은 연간 1백5kg 수준을 소비하기 때문에 쌀이 주식이고,
쌀은 공급에 애로가 없는 만큼 쌀 소비를 조금만 늘리면 가능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작년 같은 기간중 하루평균 5천4백M/t씩 나갔던 밀가루가 최근들어
7천2백M/t까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공급자 측에서도 보면 제품의 중간 원재료를 환율이 최고로 오른 날을
기준으로 갑자기 가격을 올려서 팔고, 결제조건도 현금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결과 거의 모든 사료거래가 일시에 대부분이 현금거래로
바뀌고 있다.

2~3개월의 재고가 확보되어 있고 원료수입 LC 개설문제도 해소시켜 나가고
있고, 앞으로 시장안정이 내다보이는 시점에서 이처럼 단기적인 안목으로
모두가 움직인다면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현상자체에 있기 보다는 이 현상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와 행동이 어떻게 어우러져 나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우리는 이웃과 공동사회를 위해서 스스로 해보고 싶고 할수 있는
일들도 스스로의 판단으로 절제하고 인내하는 것을 미덕으로 숭상해 왔다.

환율과 금리가 오르면 제품값은 오르게 되어 있다.

모두가 어려움을 나누어서 갖고, 스스로 절제하는 미덕을 살려 나가야만
할때라는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