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홍 <연세대 교수>

IMF한파로 건설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수주를 기반으로 생산활동을 영위하는 산업특성상 IMF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축소요구는 대폭적인 사업계획 변경을 초래하고 이로인해 최악의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기획에서부터 관리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수요 창출형
사업의 경험이 적은데다 설계와 시공을 일괄적으로 도급하는 턴키베이스
(Turn-Key Base)방식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시장개방에 따른 최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상황에서도 국내 건설업계가 살아남을 길은 있다.

일괄도급(Engineering Construction)과 건설사업관리(Constrution
Management)능력을 갖춘 종합건설기술관리(CEM)회사로 변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CM과 EC는 기획 설계 발주 시공 유지등 건설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를
효율적으로 관리,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을 극대화시켜주는 것으로 경쟁력있는
건설회사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필수적인 요소다.

해외건설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건설시장 개방에 따라 이같은
관리기술능력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개념은
세계 건설산업의 대세라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뿐 아니라 중소형 공사에까지 이들 개념이
적용될 정도로 보편화돼 있으며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등 동남아
국가들까지도 활성화돼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건설업체들이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설계검토능력이나 공사관리기법이 낙후돼 있고 전략사업 분야 전문화와
CM관련 인력및 조직이 미비돼있어 발주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수요창출형
사업을 감당하기에는 벅찬 수준이다.

이에따라 일부 업체들은 ASEM프로젝트등에서 외국 CM업체와 함께
작업하는 시공형 CM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전수받은 시공기술력과 체계화된 관리능력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국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위기는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CM과 EC는 요즘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건설업계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주량이 급감하더라도 프로젝트 초기의 확실한 타당성 조사와 관리를
기초로 공사비와 공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한다면
상황개선에 따른 파급효과가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이 지난 70년대 석유파동때 국가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끄는
리더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번 위기상황도 CM과 EC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
다시 한번 국민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