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쇼크"가 세계 반도체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일약 올 16메가D램 시장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한 것.

한국과 일본은 졸지에 강펀치를 맞고 비틀거리는 모습이다.

마이크론의 부상은 미국이 마이크로 프로세서(인텔)에 이어 메모리 시장
까지 완전장악했음을 선언한 셈이다.

조사업체인 IDC사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16메가D램 생산량은 지난 10월이후
한달 2천5백만개에 달하고 있다.

작년가을엔 3백30만개에 불과했다.

이에따라 올 연간으론 2억6천3백만개를 생산, 작년 1위인 삼성전자(올
연간 2억2천1백만개)를 따돌릴 것이 확실하다.

마이크론의 이같은 생산규모는 일본 NEC와 도시바, 히타치 3사의 생산량을
모두 더한 것과 비슷하다.

원가면에서도 마이크론의 경쟁력은 추종을 불허한다.

16메가 손익분기점 가격은 일본업체가 개당 6달러, 한국이 5달러대 전반,
대만이 4.5달러 수준인데 비해 마이크론은 4달러대 전반이라는게 IDC의
분석이다.

늦게 출발해 적은 돈으로 보다 효율적인 생산설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판매가격은 현재 이 가격보다 낮은 3.5달러선.

이에따라 "선두 빅3사만이 생존한다"는 반도체업계의 오랜 불문율도 깨져
버렸다.

반도체업계엔 엄청난 투자비때문에 후발업체가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
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더구나 마이크론의 기술력 또한 한.일업체를 능가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16메가D램 칩크기는 28평방mm.

이는 일본제품보다 40%정도 작은 수준이다.

이는 한 실리콘기판(웨이퍼)으로 일본보다 40%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일업체들은 마이크론이 지난 여름 저가 공세에 나선후에도 별게 아니다"
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했다.

그렇지만 처음 현물시장 중심으로 시장 잠식을 시도했던 마이크론은 이제
판매물량의 70%이상을 대형컴퓨터업체에게 장기공급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일업체들은 이에따라 64메가D램 생산을 앞당기고 메모리에 로직기능을
부가한 시스템LSI(대규모집적회로) 개발을 서두르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64메가D램도 내년 2월 선보일 예정.

미 아이다호주에 공장을 갖고 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최근 국제통화
기금(IMF)의 한국 금융지원시 이 돈이 한국의 반도체업체들에게 지원되지
말도록 로비를 벌였었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종주국 자리를 되찾겠다는
야심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강현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