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심화로 모든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이고 있다.

최대광고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광고비를 30% 줄인데 이어 내년에도
40%이상 감축, 5백억원정도만 광고비로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광고비를 늘려온 현대자동차도 내년에는 올해(1천1백억원추정)보다
40%쯤 줄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광고예산 축소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줄어든 광고비로 광고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호황 때와는 다른 광고전략이 필요하다.

광고업계 관계자들과 기업의 광고담당자들은 최소비용에 최대효과가 불황기
광고전략의 대전제라고 지적하면서 광고형태와 내용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제품중심광고로 나가라 =불황기에 기업이미지광고는 사치이다.

한개라도 제품을 더 팔아야할 기업으로서는 회사 이미지에 연연할 여유가
없다.

제품의 성능과 특장점을 알리는 광고에 치중해야 한다.

제일기획의 민병운 광고17팀장은 "불황기의 광고우선순위는 제품광고-브랜드
이미지광고-기업이미지광고 순"이라며 "광고비가 대폭 줄어들 내년에는
제품중심광고가 전체광고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 직설적인 정보전달형 광고를 추구하라 =경기는 바닥인데 한가롭게 "우리
제품은 환경친화를 추구합니다"라는 식의 감성적 메시지는 돈과 시간의
낭비다.

직설적이고 이성적인 정보전달이 중요하다.

"우리제품은 이런 점이 우수하다"든가, "우리제품을 쓰면 유지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먹힌다.

기업홍보PR 전문업체인 쌩컴의 김흥기 사장은 "불황기에는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본 후 물건을 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는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지적
한다.

<> 백화점식 종합광고를 지향하라 =신제품 위주로 광고를 하되 신제품을
맨앞에 내세우면서 기존 제품도 묶어서 광고하는 것이 유리하다.

제한된 광고예산으로는 주력제품이라도 따로 따로 광고하기에는 벅차다.

PC와 프린트처럼 여러개의 관련제품을 뭉뚱그려 한꺼번에 광고하는게
바람직하다.

물론 제품별로 별도로 광고하는 것이 효과가 높지만 광고예산이 한정돼
있으니 차선책인 종합광고로 나가야 한다는 것.

실제로 현대자동차 광고부의 백인영 차장은 "앞으로 승용차 전차종 혹은
상용차 전차종을 묶어서 광고하는 종합광고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공동제휴광고를 늘려라 =경쟁관계가 아닌 다른 업종의 기업과 함께
광고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초 영화 스페이스잼과 삼성전자의 마이마이카세트가 힘을 합쳐 공동광고
를 한 것 같은 공동제휴광고는 해당 업체가 광고비를 각각 절반으로
줄이면서 광고 주목도를 높일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 광고타깃을 세분화해 다양한 광고매체를 이용하라 =경기가 좋을 때는
잠재고객도 겨냥하는 포괄적인 컨셉트의 광고로 공중파TV와 일반 종합일간지
에 광고를 주로 해왔다.

그러나 요즘같은 불황기에는 광고타깃을 명확하게 구분한 후 각 타깃에
맞는 광고컨셉트로 PC통신이나 인터넷 케이블TV 등으로 광고매체를 다양화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삼성전자 광고팀 김남용 과장은 지적했다.

또 금강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의 김봉현 박사는 "고가품의 광고는 줄이고
중저가제품에 대한 광고를 늘리거나 매장내의 POP(구매시점광고물) 등 판매
현장에서의 판촉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고제작비를 줄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불황기 광고전략이다.

광고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제작비를 최소한으로 줄여 그 돈으로 광고
노출을 한번이라도 더 하는게 낫다.

빅모델기용을 자제하고 해외촬영을 억제하는 것등이 제작비절감의 첩경이다.

<> 빅모델보다는 신인모델을 써라 =보통 광고제작비의 60%이상이 빅모델
에게 주는 모델료이다.

빅모델을 한번 쓰려면 보통 3억~4억원이 든다.

이 정도면 국내제작의 경우 4~5편의 광고를 만들수 있는 큰 돈이다.

때문에 저렴한 신인모델을 발굴하는데 힘써야 한다.

빅모델은 여러 제품에 겹치기 출연하는 일이 많아 모델만 더 유명해지고
정작 소비자들은 제품과 모델을 혼동,제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해외로케를 줄여라 =어쩔수 없는 경우를 빼고는 해외광고촬영을 중단
해야 한다.

해외촬영의 경우 비용이 국내촬영에 비해 제작비가 2~3배 더 든다.

해외촬영은 광고제작비(모델료 제외)가 보통 3억~5억원이다.

국내촬영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정도면 족하다.

이외에 모델대신 제품만 등장시키는 제품모델광고와 동물을 모델로 쓰는
동물모델광고를 확대하는 것도 불황기광고전략중 하나이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