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라 대한 등 5개종금사를 추가 영업정지시키고 기타 종금사와
증권사에 대해 자금을 지원키로 함으로써 일단 극심한 자금경색현상이 타개될
계기가 마련됐다.

정부의 발표대로 한국은행이 특융을 통해 은행과 증권사를 직접 지원하고
잔여 종금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자금흐름은 어느 정도 정상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0일 청와대에서 임창열부총리 주재로 열린 은행장회의에서 은행들이
잔여 종금사에 대한 콜지원을 재개키로 결정, 종금사들은 큰 고비를 넘길
전망이다.

그러나 잔여 종금사의 예금인출사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다 종금사에
대한 은행들의 불신이 상존하고 있어 자금흐름이 일시에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은행 신탁계정에서 기업어음(CP)을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할인할수
있도록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CP할인을 꺼리고 있어 종금사의
업무축소와 함께 기업연쇄도산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자금 어떻게 지원하나 =업무정지를 당한 14개종금사에 묶인 은행콜자금
은 전액 한국은행에서 지원한다.

한은은 또 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와 투신사에도 자금을 주게 된다.

지원방법은 한은특융 환매채(RP)거래 통안증권중도환매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중 한은특융이 가장 유력하다.

한은은 그러나 통화증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장기저리인 과거 특융과는
달리 금리는 시장실세금리로, 만기는 한달이내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이 은행과 증권사 등에 지원할 자금규모는 5조여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를 정지당한 14개 종금사에 묶인 은행계정 돈 3천5백억원과 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 등에 지원할 1조6천억원을 합한 것이다.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와 투신사에 지원될 자금도 역시 은행을 통하게
된다.

한은이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면 은행들은 이 돈을 증권금융에 빌려주고
증권금융은 또다시 증권사와 투신사에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잔여 종금사에 대한 한은의 직접지원은 없다.

한은은 다만 은행에 유동성을 풍부히 지원, 은행으로 하여금 종금사에
콜자금을 늘리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한은은 이날 잔여종금사 1개씩을 은행에 할당, 부족자금을 메워
주도록 하는 "반강제적 조치"를 취했다.

<> 자금지원 효과 있을까 =1조6천억원의 한은특융이 집행되면 증권사와
투신사는 일단 부도위기를 넘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에 대한 3조5천억여원의 특융이 이뤄지면 종금사에 대한 불신감도
상당히 가셔 은행들의 종금사지원이 재개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예금자와 투자자는 물론 은행들도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다.

정부가 아무리 "종금사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조치는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드물다.

상황이 이런 만큼 예금자의 예금인출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종금사의 자금부족규모는 더욱 커진다.

부족자금은 은행에서 메워 줘야 한다.

그러나 은행들이 순순히 부족자금을 지원할지는 의문이다.

정부와 한은이 아무리 독촉하더라도 자금지원에 소극적일수 밖에 없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은행장회의와 한은이 소집한 은행자금부장회의에서
은행들이 잔여종금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재개키로 결정했지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고 장담할수는 없다.

기업의 연쇄부도도 피할수 없게 된다.

결국 자금시장의 블랙홀로 등장한 종금사에 대한 종합대책과 함께 은행들의
BIS비율 제고방안이 종합적으로 마련돼야만 자금경생현상은 풀릴 것이란게
중론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