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시사경제지 "아시아위크"에,아시아 각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를 품목별로 조사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여성의류 부문에서 뜻밖에도 각종 외국 브랜드를 누르고 우리 회사의
옷이 선정되었다.

참으로 고객 여러분께 감사할 일이고 우리 회사의 영광이지만,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분에 넘친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디자인이나 기술의 차이보다는 옷을 만드는 마음가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는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일은 무의미한 일이다"라는 각오로
일에 임한다.

아주 작은 것에도 소홀함이 없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평범해서 그냥 넘기기 쉬운 것이나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것일수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어떤 제품에 대해 고객이 갖게 되는 이미지는 아주 작은 체험들의
집합이라고 한다.

여러 개의 작은 차이들이 모여서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품 생산에 정성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을 단순히 판매의 대상으로가 아니라 인간적인 존재로서 관계를
가질 때 진정한 교류가 형성된다.

진정한 사치는 "사람 관계의 사치"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이 생각난다.

일을 통해 사람들과 진정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내게는 고객 한 분 한 분이 정말 소중한 한 사람으로 다가온다.

어린 왕자는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줄 알고 물을 주어 가꾼 그 장미가
수만 개의 장미중 하나였다는 사실로 크게 실망을 했으나, 그의 정성으로
다시 세상에서 하나 뿐인 소중한 장미가 되었다.

한 벌의 옷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나의 마음이 고객과의 진정한
만남을 통하여 전달될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조심스레 장미를 가꾸는
심정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