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대한 국제통화기금 (IMF) 자금지원이 5일 IMF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4마리용 가운데 유일하게 IMF 자금지원을 받는
국가가 됐다.

IMF 자금지원에 대해 "경제국치"또는 "신탁통치"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선진경제로 가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얘기도 있다.

냉엄한 국제현실을 받아들여 재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주체들은 IMF시대를 어떻게 맞아야 하는가.

한국경제신문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국 박영배 부장의 사회로 한화경제연구원 노성태 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 서울대 박태호 교수의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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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 사회 : 박영배 < 한국경제신문사 편집국 부장 >
<> 토론 : 노성태 < 한화경제연구원 원장 >
좌승희 <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
박태호 < 서울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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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좌원장 = IMF가 요구하고 있는 기업의 결합재무제표작성 의무화나
계열기업간 상호지급보증해소는 국내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상호지급보증해소는 금융관행이 달라지면 해결될 수 있다.

합의내용이 기업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놀라운 것은 아니다.

재벌에 대한 법적인 아이덴티티는 없다.

법적인 근거없다고 해도 실제로는 경제적 아이텐티티는 갖고 있다.

때문에 공정위에서도 재벌을 하나의 단위로보고 규제해왔다.

IMF의 결합재무제표작성 의무화요구도 재벌이 경제적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IMF의 결합재무제표 작성 및 지급보증 해소요구가 지주회사제도를
불가피하게 도입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차입경영은 선진국의 경제발전과정에서 다 거친 것이지는 하지만 빨리
벗어나야 한다.

내년에는 투자건실화에 노력해야 하고 고비용구조 해결위해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면 기업이 몸집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투자의 지나친 축소는 실업이라는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노원장 = 어차피 우리 경제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시기가 빠른 분야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을 것이다.

내년 1.4분기까지는 기업들이 무척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금융기관이 먼저 패닉 (공황) 상황에 빠져 여신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무너질때는 스스로만 무너지는게 아니다.

기업의 여신을 회수하기 마련이다.

무너지더라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

기업의 재무구조를 IMF와 같은 서구식의 충격요법으로 개선하는게
일리는 있지만 일시에 금융시스템이나 기업구조가 무너질 경우에도 대비,
충분해야 한다.

또 개편과정에는 신용이 좋은 은행에만 돈이 몰리게 돼 있다.

그런 은행도 대출이 쉽지 않아 돈줄이 막혀 부실채권 더생긴다.

IMF 자금이 본격 들어오기 앞서 단기 숨통터줄 긴급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전략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대출상환요구를 받고 있으나 갚을 여력 없다.

내년 투자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기업은 하루하루가 급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금융을 조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IMF 요구에 따라 다양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따라 각 분야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먼저 기업은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가.

<>좌원장 = 기업은 잘라내야 할 부실계열사를 과감히 잘라야 한다.

투자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진입제한을 하는 과정을 보면 일시에 풀었다가 닫곤했다.

기업들이 정부의 진입제한을 풀면 대거 선점하려는 투자행태를 보였다.

이제는 개방의 시대다.

기업들도 한발짝 물러서 언제라도 나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들은 투자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본다.

과거와 같은 정부정책도 오래 못갈 것이다.


<>노원장 = 기업도 이번 경험을 살려 투자계획을 재조정하고 팔릴 수
있는 계열기업은 과감히 처분해야 하며 수익성을 염두해둔 경영으로의
전환도 시급하다.

<>박교수 = 과거 기업들은 선점하고 싶은 프리미엄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장에 들어간 기업이 국제경쟁에서 반드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

다시말해 기업은 해외시장보다 국내시장의 메리트를 예상해 뛰어든
것이다.

종전처럼 정부가 기업을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기업이 발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 정부가 구조조정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좌원장 =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장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가에 대한 논의는 한두해동안 있었던게 아니다.

쉽게 될 수 없었던 것은 정부의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이란 큰 테두리가
있어서 인수합병과 같은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할 수 없었다.

인수.합병을 하더라도 인수자는 대기업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력집중 억제정책때문에 인수합병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다.

기업의 퇴출장치, 구조조정장치를 위한 법개정 및 제도를 풀어줘야 한다.

다시말해 기업이 몸을 털 수 있는 장치를 해줘야 한다.

<>노원장 = 기업이 부동산을 팔려고 해도 당장은 살만한 기업이 없다.

국내 기업이 내놓은 쓸만한 부동산을 성업공사가 인수, 급한 불을 꺼줘야
한다.

기업에 돈이 돌아가면 은행빚을 갚아 단기 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고
기업재무구조도 개선되는 것이다.

유동성확보로 기업활동이 정상화되도록 정부의 단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교수 = 80년중반 미일간 반도체분쟁시 미국의 압력으로 일본산
반도체가격이 오르자 한국이 반도체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 이득을 봤다.

다음해를 못봤다.

미래를 너무 예측하지 못하지 너무 쉽게 뛰어들어 곤경에 처한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의 역할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좌원장 = 과거의 정책수단은 모두 묶였다.

이제는 진입규제를 푸는 일밖에 없다.

기업들간에 경쟁을 촉진시키고 불필요한 업종을 시장압력에 의해
털어낼 수 있도록 하는게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이 자신있는 업종에 뛰어들고 경쟁력이 떨어지면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정부가 경기규칙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시장원리를 강조하면 잘
굴러갈 수 없는 것이다.

<>노원장 = 새로운 시작이다.

IMF 합의가 절차상 굴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황은 끝났다.

잘못 대응하면 경제가 망가진다.

해외투자가에 대한 신뢰도제고가 급선무다.

우리가 IMF의 요구에 불만을 갖고 못지키겠다는 자세는 안된다.

가능한한 합의지키겟다는 의지보여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IMF의 요구사항을 지키다보면 총통화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경직적으로 목표치를 지키겠다고 집착하다보면 금리인상수준
부실채권발생정도 등에 예상 못한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IMF 다시 협의,조정하는 등 현실감 있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경제가 장기적으로 큰 희생을 치르게 된다.

<>박교수 = 정부는 주권을 모두 내줬다는 등의 여론때문에 독립성
찾겠다고 IMF와 티격태격 하다보면 불신의 인상을 줘 경기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정부는 대외신인도제고를 위해서라도 IMF 요구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와함께 IMF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선진과정으로 못들어 간다고
국민을 일깨워 줘야 한다.

-캉드쉬 IMF 총재가 우리나라 대기업그룹에 비판적인데.

<>좌원장 = IMF가 재벌해체를 요구한다는 얘기가 들려오지만 재벌을
이래라저래라 하고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정상화, 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기업의 행태를 일반적으로 문제삼은 것은 아닌것 같다.

기업은 시너지를 통한 효율성차원에서 필요하다면 다각화도 해야 한다.

재벌구조 바꾸라는 것은 쉽게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들은 국제기준에 맞는 관행을 적극적으로 따라가는게 중요하다.

<>노원장 = 다른 한편에서는 재벌의 책임론 계속 나온다.

캉드쉬의 충고는 재벌구조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재벌을 당장 해체할 수 없어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압박이 올 것이다.

-금융제도 개편과 관련, 실명제 보완에 대해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좌원장 = 잠긴돈이 얼마인지에 대한 자료는 없다.

다만 추산할 뿐이다.

실명제는 공평과세 차원서 해야 한다.

실명제 안하면 기업도 불편할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그동안 사회정의를 위한 "일반적인 수단"으로 이용해온것
처럼 국민에게 비춰져 많은 사람들이 금융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실명제가 돈 가진자에 대한 위협처럼 느껴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실명제때문에 경제활동에 위축을 받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확신도 할 수 없다.

보완하더라도 예금정보를 당국에서 함부로 하지 않는 장치를 해야지
만들어야지 실명제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운영과정에서 소홀한 측면이 있다.

예금자에 대한 비밀보장이 완전하지 않아 예금자가 불안해 한다.

-외환위기의 본질은 돈이 부족하는 것이다.

때문에 통화관리는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 됐다.

<>좌원장 = 향후 1년동안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앙은행이 IMF의 요구에 맞춰 통화의 양을 조절할때 통화의 질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자본시장 개방과 관련, 투기성자금이 많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정부는 투기자금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틀어막으려는데만
주력했다.

투기성 자금은 일반화돼 있다.

정책마련에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투기자금을 이용하겠다는 자세로 금융개방에 대비해야 한다.

<>노원장 =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이 관건이다.

외국돈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원화로 바꾸면 본원통화부터 팽창한다.

IMF와의 합의에서 통화량증가율을 10%로 맞추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분야서 줄여야 한다.

한국은행은 총량목표만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계속 10%만 고집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통화정책이 경직될 것이다.

-외환위기에 대한 정부당국자의 인책론이 대두되고 있다.

<>좌원장 = 정책당국자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형사처벌을 할 경우 당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져 후속정책을 펼 수 없을
것이다.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교수 = 이번 사태는 정부의 정책조정기능부재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국가경제위원회(NEC) 같은 기구설치를 검토해 볼만하다.

< 정리 = 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