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영업정지명령을 받은 전국 9개 종합금융회사에는 예금인출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대거 몰려와 큰 혼란사태가 빚어졌다.

신문사에도 "도대체 언제 내돈을 찾을 수 있는지" "정부의 예금자
보호대책은 확실한지"를 묻는 전화가 하루종일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영업정지 소식을 듣고 급히 거래종금사를 찾은 투자자들은
예금인출을 당분간 할 수 없게돼자 셔터가 굳게 내려진 문을 보며 하나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서울 을지로 삼삼종금을 찾은 김성수씨(40)는 "주택구입자금 3천여만원을
맡겼는데 당장 아파트 중도금을 못낼 판"이라고 발을 동동굴렀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예금주들의 항의는 더욱 거셌다.

수입물품을 판매한다는 예금주 장준식씨는 "내일 물품대금 1억5천만원을
수출업자에게 주지 않으면 거래가 끊긴다"며 "예금주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겨우 이거냐"며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문을 닫은 종금사들도 직원들을
내보내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충북 청주의 청솔종금 대구 경일종금 부산의 한솔 고려 신세계 종금 등도
예금인출을 요구하는 고객들과 이들을 설득하는 직원간 승강이가 계속됐다.

경남종금을 찾은 예금주 윤모씨도 "전일 주식시장에서 경남종금의 주가가
1만6천원대로 종금사중 가장 높았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며 예금자보호를
위해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종금사직원들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는 금융권에서 가장 보수수준이 높아 엘리트들이 선호하던 직종이었던
만큼 상실감이 더 큰 듯했다.

한 종금사 직원은 "당장 대량실직사태가 우려된다"며 "부실경영도
문제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실패도 한 원인"이라고 비판의 화살을 정부에
날리기도 했다.

한편 부산경남종합금융노조협의회(의장 이형준.신세계종금 노조위원장)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종금사 강제 통폐합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