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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파일]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남학생 3인방' .. 편견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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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아빠는 요리사같은 영화찍는 거 아냐"

    "고기나 잘 잘라봐"

    "예쁜 여학생들 좀 소개시켜 줘"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권대중(25)씨에게는 말못할 설움의 날이 있었다.

    "남학생이 왜 음식만드는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느냐"며 친구들이 툭툭
    던지는 농담 한마디 한마디가 뼈속을 파고들던 날들.

    그래서 입학초기에는 술도 엄청 먹었다.

    원하는 것도 배울만한 것도 없다며 낯설은 여자 동기들 사이에서 방황했다.

    같은 과 동기인 곽민규씨나 정보영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느덧 군대까지 다녀온 졸업반 권씨에게 앞으로 진로에 대해 물어봤다.

    예상외의 답이 나왔다.

    "대학원에 진학할 겁니다. 물론 대학원에서도 식품영양학을 공부할 거구요"

    권씨는 그동안 "여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먹거리 세계에 정식 도전할
    생각이다.

    처음에는 주위의 잘못된 편견 때문에 상처입었던 대학 초년시절의 상처를
    성공으로 씻어 보겠다는 "오기" 차원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1백80도 달라졌다.

    공부하면 할 수록 빠져드는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먹거리에 대한 연구는 모든 사회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환경 심지어는 유전공학까지 모두 이 학문과
    뗄레야 뗄 수 없죠"

    권씨의 꿈은 분자구조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먹거리를 만드는 것.

    쉽게 말해 "식품화학" 분야에서 대가가 되고 싶다.

    그는 자신의 연구성과가 인류경제와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곽민규씨는 음식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꼭 연구해 보고 싶단다.

    정보경씨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식품영양학이 학문으로써 한단계 오르기
    에는 남성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 분야에 대해 대단한 의욕을
    갖고 있다.

    교내 백양로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때 전공을 얼버무리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식품영양학과에서 공부한다"며 어깨를 편다.

    무지와 편견의 벽을 허물고 "여성만의 리그"로 불리던 식품영양학에
    출사표를 던진 3총사의 젊음이 아름답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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