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이후 세계무역질서는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국경없는 경쟁의 시대(Bordless World), 기업중심의 경제
(Enterprise Economy)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비교우위론은 옛말이 되었고 절대우위론이 득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에서 오직 최강자만이 살아남는 추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환경 노동 공정경쟁 등 새로운 통상이슈들이
단위국가를 떠나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할수밖에 없고 그렇게돼가고 있다.

범세계적인 통합조정기능이 부상하는 반면 국가별 관세, 비관세장벽의
완화와 보조금지급에 대한 규제로 산업발전을 위한 각국 정부의 역할은
줄어들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의 대외진출기회가 크게 넓어진다는 의미에서 지금은 기회의
시대이면서 대외개방이 가속화되고 공정경쟁의 의무가 주어진다는 점에선
도전의 시대이다.

[[ 지역주의의 심화.확산 ]]

글로벌 경제시대의 국지적인 흐름으로 지역주의의 심화와 확대를
눈여겨봐야한다.

EU, APEC, NAFTA등 현재 1백개 이상의 지역경제협력체가 생겨났고 이들간의
연계논의도 활발하다.

이를테면 EU와 북미경제권을 합치려는 범대서양 자유무역지대의 구상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아시아-EU간 협력확대논의(ASEM)도 그 범주에 속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거나 이미 성립된 지역협력체는 다자주의를 보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다자협상에서 다루기 어려운 이슈들의 국제적인 논의분위기를
조성하고 국제적 해결방식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다자주의 시험장"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세계무역질서의 앞날은 WTO체제와 지역경제협력체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 새분야에 대한 논의들 ]]

80년대 후반부터 지역환경보전을 위한 수많은 국제협약이 체결된데이어
WTO안에 무역환경위원회가 설치되어 정식 의제로 채택되었다.

이밖에 노동보호권 투자 경쟁정책등과 무역의 연계문제도 본격 거론단계다.

이런 것들이 다자간 규범으로 정착되면 생산방식 산업조직 노동조건까지
교역조건으로 따지게 될 것이다.

[[ 주요지역별 통상여건 ]]

<> 미국 =통상정책은 WTO체제 출범에 따른 다자주의적 원칙과 무역수지
적자국에 대한 쌍무적인 시장개방압력을 병행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시장에 대해선 이미 슈퍼301조를 발동했고
지적재산권보호, 식품위생문제등을 놓고 목표기준을 충족시키라고 계속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EU(유럽연합 )=95년부터 최혜국대우 축소, 국산전자제품에 대한
반덤핑제소, 동구진출 한국기업에 대한 견제등 부정적인 통상환경이
앞으로 상존할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 일본 =수입확대및 대일투자촉진등의 통상정책기조를 유지하고 한국을
새로운 협력대상으로 인식하는 "한국중시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GATT복귀를 위한 시장개방및 제도개선으로 시장진출여건이
개선되겠지만 복귀할 경우 중국의 대외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다.

[[ 한국의 통상정책방향 ]]

과거 우리나라의 수출지원제도는 관료중심체제속에서 금융, 세제면에서의
직접적인 지원을 근간으로 했으나 WTO체제 출범등 80년대를 거치면서 한계에
부딪친 것이 사실이다.

80년대이후 이른바 3저라는 외부요인에 의해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에서
일시적인 흑자국으로 전환되었다.

이 과정에서 60년대이후 수출드라이브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축돼왔던
수출지원시스템이 급격히 축소 또는 폐기되었다.

그 결과 국가적으로 수출마인드가 약화된 반면 개방화 국제화시대에
적합한 수출지원정책수단과 제도발굴에도 미흡했던 것이 과오였다.

80년대말에 접어들면서 노사분규의 만연, 급격한 임금상승, 높은 물가
지가 금리등으로 다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수출이 부진, 단기적 대중적
지원방식을 동원해왔으나 수출마인드를 회복하는데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반해 미국은 80년대를 통해 뼈저린 업계의 구조조정 노력과
미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계제일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행정부의
주도면밀한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지원전략에 힘입어 다시 세계시장을
석권하게되었다.

일본과 독일도 미국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난공불락의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의 일정지분을 유지해왔다.

동남아와 중국도 저임금등을 바탕으로 약진을 거듭, 한국의 세계시장입지는
갈수록 좁아질수 밖에 없었다.

<> 우리의 경제제도를 국제규범에 일치시키기위한 노력강화 =정부는
관계부처 업계 연구기관등과 공동작업을 통해 기존의 산업지원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 국내산업 발전방향과 국제규범에 부합되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왔다.

앞으로 금융 세제분야의 국제규범화작업이 과제로 남아있다.

<> 무역절차 관련제도 개선 =국제규범에 비추어 간소하고 명료한
수입허가절차와 현행 우리제도와 일부 상충되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국제규범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켜나갈 계획이다.

지적재산권보호제도 역시 이런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개량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 대외개방추진 =외국인에 대한 시장개방과 투자유치를 위해 2백17개
서비스업종에 대한 단계적인 개방계획을 수립추진중이다.

앞으로 제조업과 금융부문등에 대한 추가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기도하다.

<>앞서 적시한 정책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안고있는 과제는
무역정책만으로 해결할수 없는 문제들이다.

경제 사회 교육 국토계획등 모든 국가정책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야
해결가능하다.

<>기존 개념의 무역정책으로 무역수지 균형을 도모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으며 전체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루기위한 정책은 범정부적 거시적
경제운용의 틀 속에서 달성돼야할 것이다.

<>정보화 세계화의 진전으로 기업간 경쟁이 격화되고있고 냉전체제
붕괴이후 세계각국의 외교 중심은 군사 정치에서 통상분야로 바뀌고있다.

<>앞으로 우리 교역정책은 다음 3가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효율적인 통상외교의 추진, 업계에서 필요로하는 정보의 제공, 기업의
해외수주활동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등으로 요약된다.

이를 내실있게 구체화하기위해선 정부 스스로 과거와 같은 관주도
정책개발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