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역군의 큰 잔치인 ''무역의 날''이 예전같지 않다.

환호와 축하의 소리는 찾아볼수 없다.

곤두박질치는 우리 경제의 장래를 염려하는 목소리만 가득하다.

무역인들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의 모든 위기가 수출침체에서 시작됐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 맞는 행사여서 무역인들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감돈다.

역시 난국을 풀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출뿐.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게 경제난국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침이다.

그래서 이번 무역의 날은 여느 연례행사와 사뭇 다르다.

우리경제는 수출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당위''를 명쾌하게 다시 확인하는
그런 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역인들에게 희망이 없는지 김은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사장을
만나 들어봤다.

김사장은 지난 96년4월 취임한 이후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

<< 김은상 사장 주요이력 >>

<> 35년 = 경남 김해 출생
<> 60년 = 연세대 정외과졸
<> 67년 = 영국 웨일스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 80년 = 상공부(현 통상산업부)통상정책과장
<> 83년 = 상공부 중소기업국장
<> 89년 = 미 워싱턴주재 무역협회 통상대표
<> 92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 94년 =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94년 = 명지대 경영학박사
<> 96년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

[ 만난사람 = 이익원 기자 ]

-최근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비춰볼때 이번 무역의 날이 지니는 의미를
들려주시지요.

<> 김사장 =나름대로 감회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위기 외환위기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출은 잘 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수출전선에서 분발해 달러 한푼이라도 더 버는 것만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지요.

앞으로 긴축재정과 경제성장의 속도조정으로 내수는 침체될 것으로 봅니다.

성장의 돌파구는 결국 수출에서 찾아야지요.

더이상 건설이나 소비에 의존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우리 무역인들은 무역의 날에 이런 마음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수 있다면 어느 날보다 의미있는 날이 아니겠습니까.

-수출이 정말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볼수 있습니까.

<> 김사장 =95년 30%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전년 대비)이
지난해에는 3.7%를 나타냈습니다.

수출이 크게 위축돼 무역수지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요.

그러나 이런 부진세가 지난 4월부터 극복되기 시작해 6월부터 수출이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지난 9,10월중 무역수지는 거의 균형을 이뤘을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10월중 수출실적(1백26억달러)은 사상 최고실적이었어요.

특히 희망적인 사실은 중소기업의 수출이 두드러졌다는 점이지요.

지난해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은 9%이상을 기록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7%정도를 기록했습니다.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구조도 상당히 고도화돼 86년 28%에 불과하던
중소기업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이 올들어 50%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연간 수출액이 1백만달러를 밑도는 중소기업이지만 2만6천여 개미군단의
노력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최근들어선 대기업들도 96년이후 빚어졌던 엔저의 어려움을 상당히
극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4분기부터 반도체 철강 등의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지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의 무역수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지만 우리는 전년 동기보다 60억달러가량 개선됐습니다.

수출증가율도 이들 나라보다 높고요.

-그래도 선진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요.

<> 김사장 =꼭 그런것은 아니에요.

최근들어 선진국 수출시장이 살아나고 있어요.

지난 3.4분기 미국시장수출은 16.0%(전년 동기대비) 증가했어요.

유럽연합의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고요.

엔저에 따라 급격히 위축됐던 수출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유럽연합산 자동차 판매는 올 상반기중 3%정도밖에 신장하지 못했지만
우리 제품수출은 8%이상 증가했어요.

한국산 자동차가 값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가 정착되고 있는데
따른 대체수요 증가의 결과입니다.

특히 21세기를 주도할 신상품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도
우리수출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코드분할 다중접속 방식에 의한 CDMA 단말기 시스템 등 각종 장비들이
연말까지 20억달러어치 수출될 전망입니다.

반도체 수출혁명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그런 제품입니다.

TFT-LCD(초박막 액정소자)도 6억달러 정도 수출됐습니다.

이런 제품이 50억~60억달러정도의 수출실적을 기록하면 석유화학
조선수출비중과 맞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는 수출품목이 등장했다는데 희망을 가질 수 있어요.

-앞으로는 수출 규모 못지않게 내용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 김사장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수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수출 11위의 국가이면서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방식에
의한 수출비중이 50%를 넘습니다.

미국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자기상표 수출비중을 높이는게 무역인들의
과제입니다.

또하나 중요한 점은 글로벌 소싱에 따른 수출을 늘려야 합니다.

국내외 생산기지를 연결해 부품수출을 늘리는 복합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결국 수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 김사장 =최근 원화의 평가절하는 수출경쟁력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또 내년 수출전망은 밝습니다.

채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개별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최근들어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요.

경공업제품중 시장 재탈환품목이 나타나는게 그런 징조이지요.

양말의 경우 구조조정을 거쳐 유럽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독일 뉘른베르크 완구전시회에서 우리 중소기업제품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경쟁력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요.

우리 기업들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전자파를 일으키는 배터리제품보다
테이프가 들어가는 제품을 가져갔지요.

디자인을 개발해 시장을 새로 탈환하는 현상으로 볼수있어요.

-취임이후 기회있을때마다 중소기업 수출지원을 강조하셨는데요.

<> 김사장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을 위해 다시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조직
개편 업무조정 의식개혁 등 3대 개혁을 추진해왔습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만족을 위한 체제를 갖추자는데 있지요.

그래서 2만6천여 중소기업에 무슨 도움을 줄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일단은 중소기업이 바이어를 만날 기회를 되도록 많이 마련했지요.

연초(지난 2월) 개최한 종합구매상담회에는 43개국 6백10명이 한국을
찾았고 2천7백여 중소기업이 수출 상담을 벌였습니다.

그중 40%가 지방업체였고 36%가 연간 수출실적이 10만달러를 밑도는
소기업들이었습니다.

전시회도 크게 늘렸습니다.

해외전시회 참가를 대폭 늘려 내년에는 1백회정도 각종 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해외 수출상담회등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을 더욱 늘릴
계획입니다.

-내수기업을 수출기업화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는데요.

<> 김사장 =가장 중요한 것은 알짜 바이어를 찾는 것이지요.

저는 구매상담회를 벌일 때마다 1백10여개 무역관장에게 제로베이스에서
고객을 찾아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하곤 합니다.

그 결과 전시회나 상담회가 결실을 맺을수 있었지요.

물론 중소기업들이 팔릴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우리 중소기업들이 축적된 조립기술을 바탕으로
적절히 품목을 바꿔왔다고 봅니다.

무공은 올들어 타깃 아이템(TI)을 선정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직접 돕고
있지요.

다시 말해 조금만 도와주면 될 품목을 무역관별로 정해 마케팅을 하기
위해 뛰는 것이지요.

거래 성사를 그때그때 계량화하기 때문에 실적이 좋습니다.

내년에는 품목을 부품 산업설비 기계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저는 또 무역관에 완제품중심에서 부품중심으로 마인드를 바꿔 지원활동을
펼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싱시대에 부품의 수출비중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지요.

-경제의 기본여건(체질)상 수출업체의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김사장 =영국보다 비싼 노임, 일본보다 비싼 분양가, 선진국보다
두 세배 높은 금리 등 어려운 점이 어디 한두가지겠습니까.

물류비만 해도 그래요.

대부분 경쟁국의 매출액 대비 물류비 부담이 7%인데 비해 우리기업의
물류비 부담은 17%가량 됩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뚫고 이만큼 수출했다는데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에 강해진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국내에서 기업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해 첨단기술을 가진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무역관련 수출업체를 많이 끌어들이자는 것이지요.

주식투자에 들어온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최근 얼마나 혼란을
겪었습니까.

외국기업의 투자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정부 기업 모두 명심해야 합니다.

-수출을 확대하는데 일반 국민들이 해야 할일은 무엇일까요.

<> 김사장 =수출이 잘 되려면 내수시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내수시장의 기반없이 수출만으로 버틸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수출못지않게 국내시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업들이 펼쳐야 하고 일반
소비자들도 이런 노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지금까지 그릇된 소비의식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면 대오
각성해야 하고요.

당장은 우리나라의 IMF 구제금융지원요청으로 국가체면이 손상되겠지요.

그러나 우리국민들이 외국인에게 친근감을 주고 합리적인 경제마인드를
가지면 신뢰를 되찾을 수 있어요.

노사간 서로 양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요.

해외에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시키는건 전국민적 과제지요.

-북한과 경협을 확대하기 위해 무공에서 무역관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김사장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쪽도 부정적인 것은 아닌데 아직 확답을 주지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역관이 들어서면 중소기업들의 위탁가공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4자회담이 잘 되면 무역관 설립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