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양준용 특파원 ]

미국 철강업계엔 요즘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회사가 화제거리다.

LA비즈니스저널이 이 지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1백대 기업중 하나로
꼽은 패코철강(Paco Steel & Engineering)이 그 주인공.

롱비치 항구 근처 란초 도밍게스 힐스에 자리잡은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기존 철강재보다 무게가 가벼운 경량강재로 미국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올 예상 매출은 작년보다 25% 증가한 1억5천만달러(약 1천5백억원).

이 "작은 고추"를 총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한인1세 백영중(67)
사장이다.

평양 출신인 그는 74년 맨주먹으로 회사를 창립한 이래 20여년만에 이처럼
회사를 키워 냈다.

아칸소주 동북지역에 연 10만t 규모를 생산하는 공장과 미국 8개도시에
초대형 창고를 가지고 있는 패코철강의 경쟁력은 "주름형 빔"에 있다.

H빔 양쪽면에 몇줄의 금을 그어 내구력을 향상시킨 이 제품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아 모빌홈 철골구조물 주택 등 경량 주택에 빠질수 없는 자재로
쓰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건설되는 모빌홈은 매년 35만채 수준.

더구나 일반주택도 점점 경량화되고 있어 경량강재 수요가 큰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H빔을 패코철강이 공급하고 있다.

백사장은 스스로 설수조차 없는 얇은 알루미늄 판이라도 예리한 못같은
것으로 4~5개의 금을 그어 놓으면 내구력이 생긴다는 간단한 이치를 활용,
주름형 H빔을 고안해 특허를 받았다.

생산비용이 기존 제품보다 30% 적다는 점도 이 제품이 가진 또하나의 장점
이다.

평양 출신인 백사장은 1.4후퇴때 단신 월남, 연세대 3학년을 중퇴하고
56년 흥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에 도착했을때 수중에 남은 돈은 불과 50달러.

고생끝에 오리건주립대학에서 물리학을, 인디애나대 대학원에서 토목학을
공부한후 62년 미 서해안 최대 철강회사였던 LA슐레스틸사에 엔지니어로
스카우트되면서 철강 제품과 인연을 맺었다.

LA에 정착하게 된 것도 바로 이때.

"사업을 하다보면 때론 손해를 볼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신용만은 생명
처럼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버텨온 것이 성공의 한 비결이었습니다"고
백사장은 회고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