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우리대학 명강의) 숙명여대 '한국사상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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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상"이란 무엇인가?
일본 식민지배동안의 역사 왜곡, 남북 분단, 자본주의 경제의 산업화
추구과정에서 그간 한국사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지속돼왔다.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려 우리다운 것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나고 있으며
민족의 정체성과 자주성도 위협받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과연 한국인의 "사상적 뿌리"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가.
숙명여대 사학과 이만열(59) 교수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물음이며
"한국사상의 이해" 강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목요일 오후6시 숙명여대 서관 303호에선 잔잔한 노래소리가 흘러나온다.
"평화의 기도"를 학생과 함께 부르고 있는 한 노교수.
강의실을 빼곡이 채운 70여명의 학생들.
이곳의 분위기는 실용학문에 밀려 찬밥신세인 "위기의 인문학"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고도 남을 정도로 활기가 넘쳐난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여대생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해 보인다.
하지만 다른 강의실과 다른 점이 있다.
진한 립스틱을 발랐다거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학생은 눈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흔하디 흔한 귀고리를 한 학생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학생들이 "노예의 상징"인 귀고리를 하는
것을 이교수가 용인하지 않기 때문.
학생들은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다가도 이교수의 설득에 곧 수긍한다고 한다.
"한국사상의 이해"는 사회사상사의 관점에서 한국사상의 원류와 발전과정,
내용을 검토하고 그 현재적인 의미를 조명하는 수업이다.
이교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가능케
하는 분석의 틀과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유교, 불교, 조선시대의 유학사상을 기조로 실학사상
으로의 발전과정, 근대에 있어서 개화사상 위정척사사상 동학사상으로 변화.
발전되는 과정을 조명하고 여기에 중국의 고사, 서양문화 등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이교수의 풍부한 지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철학 역사 정치 등
모든 것이 수업의 주제가 된다.
실학의 태동을 설명하는가 싶더니 강의는 어느새 동.서양의 철학적 인식의
차이를 주제로한다.
조선조 정치상황을 설명하다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현실정치로 이어진다.
이교수는 또 혼수 결혼 등 생활속의 체험이나 사건, 현상들에서 화제를
이끌어내 이를 강의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얼핏 평범할 것같은 수업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이만열 교수의
독특함 때문.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전하듯 구수하게 강의를 풀어가지만
그속에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을 경험할수 있으며 학문적 철저성에
기인한 명쾌한 역사인식은 학생들을 역사의 현장에 위치시킨다.
통렬한 비판 역시 접을수 없는 일.
잘못되거나 왜곡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단호히 비판의 칼날을 가한다.
이는 이교수가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이교수는 학생들에게 "한 사상이나 주의에 폐쇄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주의하라"고 말한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경험과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방향을 설정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교수의 수업에서 유난히 중시되는 것이 한자다.
강의내용은 거의 한자로만 작성되며 한자성어를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또 한자 펜습자를 써올것을 숙제로 내기도 한다.
한자를 모르고 우리 역사와 사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각이나 조퇴는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몸이 아파 수업을 빠졌다며 과제물을 내놓는 학생에게도 "학점은 기대하지
말라"며 냉정하게 잘라말한다.
수업이 끝나고 출석을 확인한후 숫자까지 세어보는 꼼꼼함은 이제 이교수의
대명사처럼 되버렸다.
< 글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
일본 식민지배동안의 역사 왜곡, 남북 분단, 자본주의 경제의 산업화
추구과정에서 그간 한국사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지속돼왔다.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려 우리다운 것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나고 있으며
민족의 정체성과 자주성도 위협받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과연 한국인의 "사상적 뿌리"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가.
숙명여대 사학과 이만열(59) 교수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물음이며
"한국사상의 이해" 강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목요일 오후6시 숙명여대 서관 303호에선 잔잔한 노래소리가 흘러나온다.
"평화의 기도"를 학생과 함께 부르고 있는 한 노교수.
강의실을 빼곡이 채운 70여명의 학생들.
이곳의 분위기는 실용학문에 밀려 찬밥신세인 "위기의 인문학"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고도 남을 정도로 활기가 넘쳐난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여대생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해 보인다.
하지만 다른 강의실과 다른 점이 있다.
진한 립스틱을 발랐다거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학생은 눈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흔하디 흔한 귀고리를 한 학생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학생들이 "노예의 상징"인 귀고리를 하는
것을 이교수가 용인하지 않기 때문.
학생들은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다가도 이교수의 설득에 곧 수긍한다고 한다.
"한국사상의 이해"는 사회사상사의 관점에서 한국사상의 원류와 발전과정,
내용을 검토하고 그 현재적인 의미를 조명하는 수업이다.
이교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가능케
하는 분석의 틀과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유교, 불교, 조선시대의 유학사상을 기조로 실학사상
으로의 발전과정, 근대에 있어서 개화사상 위정척사사상 동학사상으로 변화.
발전되는 과정을 조명하고 여기에 중국의 고사, 서양문화 등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이교수의 풍부한 지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철학 역사 정치 등
모든 것이 수업의 주제가 된다.
실학의 태동을 설명하는가 싶더니 강의는 어느새 동.서양의 철학적 인식의
차이를 주제로한다.
조선조 정치상황을 설명하다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현실정치로 이어진다.
이교수는 또 혼수 결혼 등 생활속의 체험이나 사건, 현상들에서 화제를
이끌어내 이를 강의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얼핏 평범할 것같은 수업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이만열 교수의
독특함 때문.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전하듯 구수하게 강의를 풀어가지만
그속에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을 경험할수 있으며 학문적 철저성에
기인한 명쾌한 역사인식은 학생들을 역사의 현장에 위치시킨다.
통렬한 비판 역시 접을수 없는 일.
잘못되거나 왜곡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단호히 비판의 칼날을 가한다.
이는 이교수가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이교수는 학생들에게 "한 사상이나 주의에 폐쇄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주의하라"고 말한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경험과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방향을 설정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교수의 수업에서 유난히 중시되는 것이 한자다.
강의내용은 거의 한자로만 작성되며 한자성어를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또 한자 펜습자를 써올것을 숙제로 내기도 한다.
한자를 모르고 우리 역사와 사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각이나 조퇴는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몸이 아파 수업을 빠졌다며 과제물을 내놓는 학생에게도 "학점은 기대하지
말라"며 냉정하게 잘라말한다.
수업이 끝나고 출석을 확인한후 숫자까지 세어보는 꼼꼼함은 이제 이교수의
대명사처럼 되버렸다.
< 글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