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긴급자금지원 요청으로 급한 고비를 넘김에 따라
이제는 앞으로의 일을 걱정해야 할 차례가 됐다.

IMF가 자금지원 조건으로 엄격한 자구노력을 요구할 것이며, 이에따라
경제환경이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변화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거시경제정책의 안정기조강화,
개방경제의 가속화, 산업구조조정의 단행 등이다.

이같은 정책변화는 말만 앞세웠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혹할 정도로 강도
높게 추진될 것이다.

따라서 이왕 맞을 매라면 이번 기회가 우리 기업의 체질을 확실하게 바꿔
놓을 "사랑의 매"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먼저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특히 단기부채 의존을
크게 줄여야 한다.

기업에 단기자금을 공급해온 종합금융사들의 대대적인 정비가 예상되며
은행의 돈줄도 죄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종금사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금융기관들이 대대적인 인수-
합병, 영업정지 및 폐쇄와 같은 구조조정의 바람에 휘말릴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들의 도산이 불가피하며 과거처럼
정부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다.

둘째로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관리강화 및 재정긴축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내수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형성장대신 내실위주의
기업경영이 요구된다.

따라서 투자규모를 줄이고 투자내용도 설비확장보다 생산성향상과 구조
조정을 위한 투자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로 채권시장의 조기개방, 외국인 투자자의 적대적인 인수-합병 등이
허용됨에 따라 국제경제의 변화를 고려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국제자본의 이동에 따라 국내금리가 급변하고 산업의 국제경쟁력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대적인 행정규제철폐와 함께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높은 조치도 예상된다.

"구제금융"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제철 조선 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과잉설비조정 인수-합병 감원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게 만들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차입경영을 바탕으로 한 지나친 설비확장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위기의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IMF의 긴급자금지원 자체는 사실 분명히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일찍이 3저호황때 외형성장에 몰두한 나머지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친 뼈아픈 경험을 재작년 슈퍼 엔고 때도 여전히 되풀이
했다는 사실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나라는 망한다"는 격언대로 오늘의 사태는 당연한
결과이며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타율에 의해서라도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우리경제의 미래는 밝다.

"우리는 한번도 실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영국격언대로 지금의 수치를 튼튼한 경제를 이루어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