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경제학회는 21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동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가졌다.

최근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급속도로 불안한 양상을 띠고 있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번 학회에선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분야는 물론 노동 주택 등 경제학 모든 분야에 걸친 학계의
의견이 개진됐다.

또 일본 국제경제학회 관계자들을 초청, 한-일간 경제관계 구조 등에
대해서도 두나라 학자간의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전 세미나에서 발표한 여러 주제중 최근 현안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금융기관 부실화에 관한 발표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정리 = 송재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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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기관 부실화 예측모형 분석 ]]

남주하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최근들어 금융자율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금리의 자율결정, 다양한 상품
개발 등 금융중개기관의 상업성과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금융정책이 인위적인 여신할당과 금리 규제로 인해
금융기관들은 기업대출에 있어 신용평가를 엄격히 심사하기 보다는 부동산
담보 등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3단계 금리 자유화 추진으로 인해 금융기관 스스로 금리를 자율적
으로 결정하게 되었으며 부도기업 또한 급증하면서 금융기관의 기업 신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심사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 신용평가모형 또는 부도예측 모형을 분석하는 연구들은 주로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해왔으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제표 신뢰성문제 등
자료의 제약으로 인해 예측모형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의해 국내 금융시장 또한 국제 금융
시장과의 연계가 밀접하게 되고 국내 자본시장 개방과 외국 금융기관들의
국내 진출허용 등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쟁 심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의 경쟁 분위기 심화는 금융기관간의 예금유치 금리 여신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채산성 악화와 부실화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선 금융기관이 부실해져 도산하거나 예금자가 돈을 못찾는
경우는 실제 일어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상상조차 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과거 일부 상호신용금고에서 보듯이 금융기관들도 파산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상호신용금고의 도산원인을 살펴보면 경영자 개인의 비정상적인
경영행태에 의해 많은 도산이 발생했다.

그러나 부실화 예측모형의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재무변수들을
대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상호신용금고의 부실화 정도와 행태를 분석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회계원칙이 불투명하고 일관성이 결여돼 있어 재무제표에 있는
재무비율들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용분석에 있어서 분식회계나 경영자 개인의 경영행태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신용평가 모형의 신뢰성과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선 이러한 건전성에 속해 있는 여러 변수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체여신 비율과 고정여신 이하로 분류된 여신비율, 여신 및 수신의 급격한
변동, 여.수신의 지속적인 감소 등 주요 건전성 지표들을 신용평가표에 포함
시킴으로써 분식회계에 따른 평가모형의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부실화 예측모형의 객관성과 예측능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몇가지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실물경제 상황 등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부실화 예측모형을 만들기
위해 보다 많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모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 상호신용금고의 회계원칙이 엄격하지 못해 자료의 신뢰성
문제가 있으나 앞으로 회계원칙의 투명화와 공시제도를 강화, 장기적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감독기관 또는 예금 보험기관의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 금융기관의 부실화예측모형 분석을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으로 확대
적용해볼 필요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