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그룹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하베이 고루브(58) 회장은 이름난
골초다.

그는 입에 담배를 달고 산다.

한 기업분석가는 "고루브 회장은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담배 한갑을 피운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그런 고루브 회장이 최근 흡연량을 크게 줄이면서 담배끊기에 나섰다.

회사임원은 물론 헤드헌터 보험회사 기업분석가 등 외부인들의 금연압력을
견디기 힘들어서다.

고루브 회장을 포함, 휴렛팩커드의 루이스 플랫 회장, GTE의 찰스 리 회장,
AMR사의 로버트 크랜달 회장, 폴스트 유니언의 에드워드 크루치필드 회장,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버트 켈레허 회장 등 담배를 즐기는 대부분 미국 경영
자들이 금연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했다.

가장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는 세력은 인재 사냥꾼인 헤드헌터.

헤드헌터들은 "미국에서 골초들은 최고경영자가 될 수 없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소재 헤드헌터회사의 회장인 펜드레톤 제임스는 "5년전만해도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는 조건으로 금연을 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이는 최고경영자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병에 걸릴 경우 회사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험회사들은 돈을 이용해 금연압력을 행사한다.

뮤추얼생명보험의 존 행콕 부사장은 "최고경영자가 담배를 필 경우 경영자
보험료(Key Man Insurance)를 20~1백% 정도 더 받는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상태를 점검, 증권시장에 전달하는 기업분석가들은 무언의 압력
집단이다.

MBNA사의 기업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기업분석가는 "알프레드 러너 회장은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코카콜라의 고이주에타 전회장이 최근 폐암으로 사망, 담배를
즐기는 경영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금연이 최고경영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되고 있는 것이 미국
재계의 분위기인 만큼 고루브 회장처럼 금연을 시도하는 경영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 같다.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