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망하려면 되는 일이 없고, 나라가 흥하려면 일마다 되지않는 일이
없다고 한다.

과연 오늘의 난국에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할까.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갖춘 훌륭한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오늘날 나라 사정은 말이 아니다.

불경기와 자금난으로 허덕이는 기업들이 도산하여 실업자가 늘어나고,
물가와 달러환율이 천장을 찌르듯 치솟는가 하면 증권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민경제가 어려워져 나라안이 혼란스럽다.

정권말기를 맞게 된 김영삼 정권은 권력 누수현상으로 비틀거린다.

정부가 힘을 잃어 정치가 실종되고, 사회가 안정을 잃어 간다.

국민들은 불안하고 인심마저 흉흉하다.

그런 판국에 15대 대통령선거까지 겹쳐 더욱 뒤숭숭하고 어수선하다.

대통령선거일이 연말이건만 선거분위기는 연초부터 달아올라 온통
선거열풍이다.

그것도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차분한 가운데 치러지는
축제분위기라면 모른다.

그리고 정책을 창출하여 정권을 쟁취하는 선거전으로 치러지는 정책대결
이라면 그래도 좋다.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상호 비방전이 난무한다.

상대방 흠집내기 아니면 인신공격과 욕설이 마치 선거 쟁점인양 추한
입싸움 편싸움으로 꼴불견들이다.

입후보자들은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보고 있다.

그리고 알고 있다.

그런 식으로 국민을 우롱하며 기만하고도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유치한 비방전 폭로전일랑 삼가라.

지난날의 잘못된 정치풍토에서 어느 누구도 정치자금법에 자유로울 수
없다.

누가 덜 깨끗한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겁한 인신공격도, 더러운 욕지거리도 당장 거두어치워라.

유권자인 국민들은 입후보자들의 추태에 신물난다.

국민들을 더 이상 슬프게 하지 마라.

대통령선거가 명분없는 붕당적 패거리 싸움이나, 지역감정을 떠나
정책대결로 치러져야 한다.

그리고 선거공약은 실현 가능해야 한다.

또한 공약은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유권자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공약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직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잘못을 숨기는 것은 정직성에 어긋난다.

그리고 거짓말은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실현가능한 정책, 그것도 수렁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경제대통령"을 부르짖으면서 경제를 망가뜨리는 행태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

신뢰를 잃은 사회에 건전한 경제가 뿌리내릴 수 없다.

아무리 지식이 풍부하고 학문이 고매해도 식견이 건전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유권자로부터 양식을 의심받게 되면 지도자로서의 신뢰성을 잃는다.

양식을 믿게 하는 것은 양심에서 온다.

양심은 본인만이 안다.

그리고 양심은 말로 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양심이라야 한다.

양심은 행동하는 양심을 통해 외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덕근 < 푸른솔목장 회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