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를 키우는 것은 최고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

유능한 후계자를 발굴 육성해온 코카콜라와 이를 소홀히 한 AT&T의 명암이
명확히 엇갈리고 있어 후계자 키우기의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코카콜라의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전회장이 폐암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최고경영자의 돌연한 사망은 경영공백을 우려한 투자자의 불안감 때문에
주가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주가는 끄떡없었다.

고이주에타 전회장이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확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고이주에타 전회장의 사망 후 일사천리로 더글러스 아이베스터를
신임회장에 임명했다.

아이베스터는 지난 94년 고이주에타 전회장이 후임회장감으로 낙점한
인물.

그때부터 사장을 맡으면서 최고경영자 수업을 착실히 받아 오던 터였다.

수전 킹이사는 "코카콜라는 젊고 재능있는 인재를 발견 훈련시키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인재육성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코카콜라와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는 회사는 미국 최대의 장거리 전화회사
인 AT&T.

후계자 양성에 무관심했던 이 회사는 지난 1년동안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 오다 지난달 20일 비로소 마이클 암스트롱을 신임회장에 임명
했다.

그동안 두명의 회장내정자가 이사회의 거부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회사의 경영실적은 나빠졌다.

올들어 1월부터 9월까지 수익은 전년보다 2% 증가하는데 그쳤다.

순이익은 오히려 23% 감소했다.

시장점유율도 54%대로 떨어졌다.

정보통신분야의 업무영역 허물기가 본격화되면서 경쟁업체들이 맹추격
해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회장인선 문제로 체력을 낭비한 결과였다.

문제는 후계자 양성이 이처럼 회사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 등 유력기업의 경영자들마저
아직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를 불가피하게 교체해야 하는 비상상황은 코카콜라의
경우처럼 언제 닥칠지 모른다.

고이주에타 전 코카콜라회장은 후계자를 키우는 것이 최고경영자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라는 교훈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갔다고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전하고 있다.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