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제임스 월펜손 세계은행(IBRD)총재의 이력서에는 다양한 활동상이 들어
있다.

대학에서는 법학을,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했다.

출생국인 호주의 펜싱 국가대표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한 적도 있다.

유명한 첼로 연주자로 대접을 받았던 시기도 있었다.

미국 뉴욕의 월 스트리트에서 금융인으로 뛰었다.

자기 사업도 해봤다.

사회 사업가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월펜손총재가 세계 문제를 진단하고 전망하는
여론은 남다른 무게를 지닌다.

이 팔방미인 총재가 최근 글로벌 뷰포인트에 전세계인들을 상대로 부패와의
싸움을 독려하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월펜손총재는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는 이상 빈곤 퇴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패 척결을 위해 세법및 행정개혁과 규제완화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총재의 기고문을 옮겨 싣는다.

<정리 = 양홍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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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부패가 만연하면 삶의 질을 높이려는
국민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부패는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투자 의욕을 꺾으며 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동시에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무엇 보다도 부패가 만연하면 빈민 계층이 큰 타격을 받는다.

빈민들의 삶은 기본 공공서비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거시경제상황에
따라 좌우될 뿐 아니라 부패로 인해 추가로 늘어나는 사회비용을 분담할
능력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부패의 역사는 아주 길다.

또 후진국과 선진국을 구분할 필요 조차 없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부패는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부패와 싸워 물리칠 힘이 없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세계 모든 나라의 국민들이 부패라는 것은 척결될
수 있으며 정부도 더 정직하고 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단위 지역 사회에서도 부패 척결을 위해 사람들이 할수 있는 일들은 많다.

얼마나 깨끗한 지방 자치정부를 세울수 있느냐가 중대한 선거 이슈가
되고 있다.

정직하지 못한 후보는 치명타를 입는다.

기업 윤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부패 구조에서 기업은 뇌물을 주는 쪽이다.

공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려고 나서는 기업인들이 없다면 뇌물관행도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물론 세계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계약을 거부하는 모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패를 멀리하는 이런 경영에는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사기업이나 민간인들의 노력만으로 부패가 척결될 수가 없다.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선진국에서 조차도 부패척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될 문제점이
많이 남아 있다.

최근 열린 세계 회계사 회의에서도 부패와 세법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후진국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사례지만 정부가 접대비같은 뇌물성
비용을 세금공제대상에 넣어줌으로써 서민들이 부담하는 세금만 많아지게
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뇌물수수 사건에서 주는 쪽보다 받는 사람만 엄벌에
처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선진7개국(G7)들은 뇌물성 경비에 대한 세금
공제를 폐지하며 해외사업자들로 부터 뇌물을 받는 공무원을 엄벌에 처하는
세계적인 공통 규범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스위스가 최근 해외사업에서의 기업 접대비를 세금공제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의미있는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개도국 정부들이 부패 척결을 위해 어떤 개혁을 할 것인지가 중대한
변수다.

세계은행은 최근의 "세계 개발 리포트"를 통해 부패 방지를 위해 정부가
취해야될 몇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었다.

정부는 행정개혁을 단행하고 직업관료제를 확립하며 회계감사제도를
보강해야 된다.

정부는 정부업무를 감사할 사정기관이 제대로 활동할수 있도록 조치해야
하며 사법권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또 정부는 규제완화를 추진함으로써 부패의 온상을 제거해야 한다.

세법이 너무 복잡하고 행정규제가 많은 사회에서는 부패가 사라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가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부패는 폐쇄된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회가 투명해져 부패의 의혹이 가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수 있고 비판할수 있다면 부패 혐의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질수 있다.

세계은행은 부패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민간단체를 후원하는
것을 중요한 역할로 여기고 있다.

세계은행은 빈곤퇴치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부패척결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은행은 부패가 생기는 원인을 사회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부패로
인해 초래될 나쁜 결과들을 예방하는데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동시에 부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선진국및 후진국 그룹을
총망라하는 세계은행의 회원국간 협조체제를 적극 활용해왔다.

그리고 세계은행은 부패로 경제가 멍들고 있는 국가에 대해선 자금지원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할 권한도 가지게 됐다.

확실한 것은 세계은행은 특히 부패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를 적극 지원해야 된다는 점이다.

빈곤층 퇴치가 세계은행의 목표로 있는한 우리는 선명한 정책을 지향하려고
노력하는 정부를 과감하게 후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험으로 비춰볼때 국민들의 복지 수준은 기본적으로 의료보장같은
공공서비스나 공공재가 분배되는 메커니즘에서 정부기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아 가는지에 달려 있다.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나라에서는 공공재 분배 등에 필수적인 정부 기능이
완전히 붕괴돼 있거나 그나마 존재하는 정부 기능도 취약한 실정이다.

국가의 부패는 사람의 몸으로 치면 암세포나 같은 것이다.

우리는 부패의 문제점에 대해 줄기차게 비판하고 비판 대상을 공개해야만
한다.

또 부패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민간단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 부패와의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우리는 빈곤을 퇴치할 수 없다.

사회 정의 실현도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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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33년 호주 시드니 출생
<> 1959년 하버드대 MBA
<> 1980년 미국 시민권 취득
<> 1990년 존F케네디 센터 회장
<> 1995년 세계은행 총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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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