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히레이씨는 근로시간단축을 전파하고 다니는 전도사다.

컨설팅회사 사장인 그는 근무시간을 줄일수록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 공식은 전문직종사자에서 일당잡부까지 예외없이 적용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히레이사장은 이미 11개 회사를 설득, 주당 근무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이도록
했다.

"근무시간을 줄일수록 회사가 발전한다"는 그의 주장을 허튼 소리라고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다.

미국 여기저기서 주당 근무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이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돼온 "주당 40시간, 5일 근무" 원칙이 깨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펜실베이나아주의 악보 도매업체인 페퍼 앤 손은 최근 비수기(29주)에
한해 주당 4일근무제를 도입했다.

할일이 없는 종업원을 구태여 회사에 잡아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월급을 깎지는 않았다.

뉴저지주의 제약업체인 커번스사는 근무시간이 짧은 재택근무 직원들이
근무시간이 긴 정규직원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낸다는 사실을 발견, 재택
근무자를 늘리기로 했다.

미국보다 한발 앞서 근무시간 단축바람이 불었던 유럽에서 근무시간 단축에
앞장선 사람들은 주로 정치인이었다.

이는 실업자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주로 대학교수 컨설팅회사 사회운동단체들이 근무시간
단축을 주장한다.

지난해 아이오와시에서 개최된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범시민 토론회"에는
여권운동가 페티 브리단, 사회학자 알리 오시실드, 하버드대학 리엣 쇼러
교수 등이 참가, 근로시간 단축을 역설했다.

이들이 근무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이유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이오와대학의 벤자민 후니컷교수는 "가족과 여가를 최우선적인 가치로
여기는 아메리칸드림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US뉴스앤보젤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이중 63%는 관리층)의
60%가 "근로시간단축은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고 답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30시간근무제를 도입한 메트로플라스틱테크놀로지사는
반품이 지난해 하반기 동안 72%나 줄어들었다.

근무시간에 빈둥거리는 직원들이 없어진데다 결근율과 이직률이 현격히
감소한 결과였다.

페퍼앤손사의 도나 브레이팅거씨는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됐다"며 "짧은 시간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돌아가는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관망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의사 소방수등 일부 업종에선 업무성격상 근무시간 단축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아이오와대학의 후니컷교수는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이미 이런 의식전환은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