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여대 졸업반인 최연주씨(23).

하반기에만 10여군데 입사원서를 내고 각종 취업박람회나 기업설명회에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하지만 지원횟수가 늘면 늘수록 취직을 못할거라는 불안만 더 커지고 있다.

벌써 낙방한 곳만 3군데다.

1년간 취업한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들은 경험담이나 여름에 다녀온 영어
어학연수도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김씨는 "지금같아선 차라리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원진학과 해외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취업재수생인 조아라씨(23)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고배를 마신 조씨는 1년간 절치부심 착실히 준비를 했다.

토익(TOEIC)점수를 8백점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컴퓨터학원에서 자격증
까지 따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메이크업교실과 발음교정학원에도 나갔다.

하지만 얼마전 취업박람회에 가보곤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여학생들에겐 입사원서마저 배부하지 않으려는 기업상담자를 보고나서다.

10여군데를 찾아갔지만 "행사가 끝날 때쯤해서 오시죠"라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여성채용규모를 10%이상으로 하겠다는 방침은 말 뿐인 것 같다"며
"올해도 안되면 유학을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상최악이라는 취업대란의 가장 큰 피해자인 여성들.

경기침체로 신규채용규모가 줄면서 여성취업의 문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경기가 좋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있는 여성인력도 내보내려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여성취업희망자는 대학졸업예정자
8만2천명을 포함해 모두 14만7천여명.

그러나 자리는 2만8천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 평균경쟁률 4대1를 뛰어넘는 5.3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여성인력채용을 상대적으로 늘리는 기업도 있다.

태평양그룹은 올 신규채용인력 1백명중 25~30명을 여성으로 뽑을 계획이다.

현대그룹도 3천2백명중 11~12%인 3백30명~3백40명을 여성 몫으로 배정해
놓았다.

E랜드그룹은 디자이너 50명중 90%를, 일반직 2백명중 70명을 계획하고
있고 삼성그룹도 여성채용규모를 12%대로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성취업자들이 느끼는 장벽은 훨씬
높다.

전반적인 채용규모가 준 탓에 여성끼리 경쟁은 그만큼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러니 여학생들은 대학4년내내 취업준비에 바쁘다.

특히 휴학도 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학생도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이화여대 모학과의 경우 같은 학번 60명중 45명이 휴학할 정도다.

이른바 "취업준비휴학"이다.

학교내에서마저 기회는 똑같지 않다.

남녀공학인 경우 입사원서가 오더라도 언제나 먼저 남학생 몫이다.

여대는 더 심하다.

대기업추천서마저 요즘엔 뚝 끊긴 상태다.

몇몇 여대에서 여성채용비율이 높은 공기업과 공무원시험 특강을 마련한
것도 이래서다.

"단지 그대가 여자란 이유만으로" 낙오자가 되는 취업현실이다.

<김준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